개인택시, 대리운전 조합은 기본. 미용재료 공동구매, 다문화가정, 교통카드 공동구매, 혼수품 구매조합까지….
관련 법 시행 1년도 되지 않아 협동조합 열풍이 불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전국적으로 첫 달에만 10여 건의 협동조합 설립 신고가 들어왔고 올 들어서도 매달 200건 이상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전국에 2천여 건이 신고됐다.
대구경북에서도 협동조합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설립을 신고한 협동조합은 101개. 이 중 99개의 일반협동조합이 절차를 마무리하고 설립됐다.
◆뭉쳐야 산다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머물다 가는 도시를 만들겠어요. 대구의 의료관광, 경북의 문화관광을 세계적인 콘텐츠로 만들어 관광수요 창출에 앞장서겠습니다."
이달 16일 대구 중구 봉산동의 한 상가에 위치한 문화관광대구경북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아침부터 마라톤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구경북 문화관광 활성화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의 주제는 한국과 베트남의 관광 교류협력 방안. ▷베트남 평화정 복원 ▷따이한의 거리 정비 복원 ▷한'베트남 문화교류 축제 등을 위한 다양한 안들이 나왔다. 문화관광대구경북협동조합은 기자 출신을 비롯해 대학총장 등 13명이 1인당 소액을 출자해 지난달 만든 작은 조합이다.
이들은 대구경북 관광 활성화를 위해 뭉쳤다. 팔공산, 근대골목, 경주 등 자랑할 만한 많은 유산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홍보와 아이디어 부족으로 관광 불모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대구가 대형 재난사고 등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고담 도시'라는 불명예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조합원 정우용 씨는 "경험하고 싶은 대구경북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 간 교류와 소통에서 시작합니다. 대구경북을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했다.
17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 교보빌딩 맞은편의 지하공간. 대구경북 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은 한울타리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공원 내 가족 단위 바비큐 시설 이용을 위한 제도 개선 추진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조합은 지난달 대구경북 최초, 전국에서는 13번째로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받았다.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제공을 주된 업무로 한다. 일반협동조합이 신고를 통해 수리를 되는 것과 달리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13명의 조합원들은 각자 전문분야와 직업이 다르다. 사회복지 전공자와 토목,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취약계층과 홀몸노인을 상대로 재가복지서비스, 재활서비스, 사회복지 관련 교육 및 여성일자리 제공에 나선다. 현호철 조합원은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구성원의 복리증진과 상부상조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설립목적 중 하나다"라고 했다.
◆이색 협동조합 잇따라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공동육아, 대리운전, 소상공인, 고령근로자, 도시농업, 북카페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 전반과 관련된 내용에서부터 다문화, 치과기공, 요가강사 육성 등 전문 분야까지 고루 퍼져 있다.
여기에 기존 다른 형태의 법인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적극적인 이들은 소상공인이다. 중소기업제품 유통 및 홍보, 안경공동브랜드 판매'마케팅, 소상공인 비즈니스 컨설팅'마케팅 지원 등 공동 구매 및 컨설팅'마케팅으로 대기업에 맞설 채비를 마쳤다. 농업 분야 역시 유통 네트워크를 같이 이용하거나 공동 상표로 상품을 내놓는 등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하다. 한마음협동조합 등은 농산물 인터넷 직거래에 나섰다.
이색 조합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다문화 사업 전반을 다루는 대구다문화협동조합, 심리상담을 해주는 토닥토닥협동조합, 판매용 화장품 공동구매에 나서는 대구화장품협동조합, 혼수물품 공동구매를 하는 대구혼수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생산적 복지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법상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서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된다. 비슷한 일을 하거나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회사다.
그러나 조직 구성, 지향하는 목표는 주식회사 등과 크게 다르다. 주식회사가 영리를 최우선 목적으로 투자금을 모아 만든 조직이라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최대주주가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 1인 1표'로 운영되는 조합원 공동 소유의 형태다. 과거 생협'농협 등 일부 영역에서 300∼1천 명 이상이 모였을 때만 조합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금융'보험을 제외하고 업종에 관계없이 5명 이상이 모이면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정부는 협동조합을 통해 소액'소규모 창업이 활성화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기업에 비해 장기 생존율도 높아 고용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협동조합 형태의 노인 돌봄, 보육 서비스 등이 많이 만들어지면 서비스 제공자나 복지 수혜자 모두에게 유리한 생산적 복지도 가능해진다는 계산이다. 김재경 대구경북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서민생활이 어렵고 청년실업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질 높은 생산적 복지를 이루기 위한 핵심 경제모델이다"고 설명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퇴임 D-1' 문형배 "관용과 자제 없이 민주주의 발전 못해" 특강
"조직 날리겠다" 文정부, 102차례 집값 통계 왜곡 드러나
이재명 "대구·경북의 아들 이재명, TK 재도약 이끌겠다"
헌재재판관 지명 위헌 논란…한덕수 대행 역풍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