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집전화, IPTV, 휴대전화 등을 한데 묶어 할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결합상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결합상품은 위약금 산정 방식이 일반 상품과 반대인데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피해가 빈번한 것.
◆일반 통신상품과 반대인 결합상품
일반 통신상품의 경우 이용 기간이 길수록 위약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약정할인 형태의 결합상품은 중도 해지 시 남은 기간에 대한 위약금은 물론 그동안 할인받은 금액을 전부 토해내야 하는 '할인반환금'을 적용한 구조라서 오래 이용했을수록 물어내야 할 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뿐만 아니라 셋톱박스 임대료, 전화기 임대료 등 부가 설치 품목에 대한 위약금마저 추가되는 덤터기를 쓰기도 한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결합 상품 위약금' 관련 피해를 조사한 결과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무려 210건이 접수됐다. 피해 유형은 주로 ▷전혀 알지 못했던 결합 상품 위약금 산정 방식에 의한 폭탄 요금 ▷정상적인 서비스 이용이 안 돼 위약금을 면제받을 때 개별 서비스 단위로 분리해 부당한 위약금을 내야 하는 불만이 대다수였다.
피해 위약금 금액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렇다 보니 위약금 부담 때문에 원치 않는 서비스를 만료일까지 유지해야 해는 볼모가 되기 쉽다.
컨슈머리서치는 "결합상품 계약 시 상품 내역 및 할인율뿐만 아니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위약금 정산 방식까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용기간 길수록 늘어나는 위약금
주부 차모 씨는 지난 2010년 10월 인터넷, 집전화, IPTV 결합상품을 3년으로 약정 계약했다. 계약 만료 4개월을 남겨둔 지난 4월 부득이 중도 해지 신청을 한 차 씨는 기막힌 안내를 받았다. 위약금이 무려 150만원이라는 것. 남은 계약기간에 대한 해지 위약금뿐만 아니라 그동안 약정 할인으로 감면받은 금액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차 씨는 "지난 32개월간 사용한 요금이 80만원이 안 되는 데 대체 얼마나 할인혜택을 많이 받았기에 150만원이 넘는 금액이 위약금으로 청구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정모 씨도 지난해 5월 한 통신사의 결합상품(집전화+인터넷+IPTV)에 가입했다. 하지만 IPTV 이용 시 리모컨 조작이 너무 복잡하고 집전화도 기존 사용 방식과 확연히 다른 등 사용이 불편해 결국 위약금 10만원가량을 부담키로 하고 가입 3개월 만에 해지 신청했다. 당시 상담원이 "1년만 채우면 위약금이 내려가니 조금만 참았다 1년 지나 다시 해지신청을 해 달라"는 말에 올 5월까지 계약을 유지했다. 지난 5월 다시 고객센터에 해지 신청하자 상담원의 설명과 달리 해지 위약금은 무려 31만8천500원으로 오히려 3배나 늘었다. 정 씨는 당시 상담원과의 녹취록 공개를 요구했고 통신사 측도 상담원의 설명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후 보상 여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청구서 내역 반드시 살펴봐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해 6월 결합상품 고지서 상세화(예상 해지비용 기재, 약정기간 표기)를 통해 과도한 위약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복잡한 위약금 산정 방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도청이 지난해 12월 경기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결합상품 위약금'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1%가 약정기간을 어기면 많은 위약금을 내야 하는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결합상품마다 제각각인 위약금 세부 산정 방식' '상품 가입 시 위약금 여부에 대한 미공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은 현행 위약금제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위약금이 늘어나는 현행 제도는 할인반환금 개념이 들어가 시스템 논란의 소지는 없다"면서 "다만 소비자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엔 동감해 고객과 접점에 있는 상담사, 대리점 등에 위약금 관련 사항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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