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트인 이산가족 상봉 물꼬 "이번엔 꼭…"

실무 접촉 소식에 기대감…통일부엔 문의 전화 쇄도, 대구경북 3800명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제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9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제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9일 오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신청' 접수처가 설치됐다. 구호복지팀 직원들이 서류 확인 작업을 하며 상봉 준비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7만 실향민의 그리움을 달래줄 '이산가족 상봉'의 물꼬가 다시 트였다. 올 6월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 관련 움직임이 나타난 뒤 2개월 만이다. 추석을 앞두고 나온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 실무접촉 소식에 이산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부푼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와 통일부에는 19일 오전부터 이산가족 상봉 관련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안선주 통일부 이산가족과 주무관은 "이산가족 상봉 관련 문의 전화가 이른 아침부터 1분에 한 통씩 오고 있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은 까닭에 이번 실무접촉 소식에 거는 이산가족들의 기대가 크다"며 "주로 이전에 등록한 주소, 연령, 전화번호 등 관련 정보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교류 대상자는 남북 간 합의에 의해 상봉 일정이 결정되면 고령자나 직계가족 등을 고려한 인선기준을 마련한 뒤 컴퓨터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선정된 대상자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생사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만남을 결정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이산가족정보 통합센터'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12만8천800여 명. 이중 생존자는 7만2천880여 명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8%(3만6천247명)가 80세 이상의 고령자다.

60여 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이번 상봉 관련 소식은 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창구인 셈이다. 현재 대구에는 1천722명, 경북에는 2천146명의 실향민이 가족을 만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원도(80'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평안북도 정주군에 두고 온 가족들만 생각하면 그리움에 사무쳐 깊이 잠들지 못한다"며 "이번 실무접촉을 통해 가족들의 생사확인만이라도 가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남북한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서울'평양 교환 방문'을 시작으로 모두 18차례 열렸으며, 지난 2010년 10월 금강산 만남을 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이 성사되면 오랜 기간 운영되지 않던 화상상봉장도 모처럼 활기를 띨 수 있다. 북한은 18일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대면상봉과는 별도로 10'4선언 발표일 즈음에 화상상봉을 열 것을 제안했다.

화상상봉은 지난 2005년 8월 거동이 불편한 80세 이상 고령의 실향민을 위해 마련됐다. 대구와 서울, 부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는 화상상봉장이 차려져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2007년 11월 화상상봉장의 문마저 굳게 닫혀버렸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대구의 화상상봉장은 지난 7차 화상상봉이 열렸을 때 참여한 한 명을 마지막으로 발길이 뚝 끊겼다"며 "이번 실무접촉이 잘 성사돼 대면상봉도 이뤄지고 화상상봉장도 북적이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했다.

진원철 이북5도청 대구사무소 소장은 "1세대 실향민들 대다수가 연세가 팔십이 넘는 고령자들이다. 매번 엎치락뒤치락하는 상봉 소식에 한편으로는 포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봉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빨리 만남이 이뤄져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달래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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