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김재하 단장이 최근 대구시에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의욕이 부른 화'로 보고 있다.
김 단장은 2011년 2월 1일 부임 후 지역 친화적인 대구FC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대구FC 부임 전 10년간 삼성 라이온즈 단장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그는 시민에게서 동떨어져 있었던 대구FC를 시민 속으로 들여다 놓았다. 지역 사회, 특히 학생들과 함께 하려고 대구FC 선수들을 지역 초'중학교로 보내 배식봉사, 축구교실 등을 열었다. 이는 당장 효과 보다는 대구FC의 미래를 염두에 둔 홍보 전략이었다.
또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추첨을 통해 승용차를 주는 '으랏차차' 이벤트를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구단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시민이나 기업의 후원을 받아 실시하는 이 이벤트는 익명의 후원자까지 내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특히 대구FC로부터 푸대접받았던 대구시축구협회와 대구시생활체육 축구연합회 등 축구 관련 단체와 서포터스를 끌어안아 지역 체육인들로부터 '제대로 된 단장'이란 평가를 들었다.
매사에 의욕을 보였던 김 단장은 그러나 지난해 7월 1일자로 발령 난 한만수 대구시 체육진흥과장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대구FC 예산 사용 등을 놓고 한 과장과 수시로 충돌했다.
문제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한 과장의 말을 김 단장 말보다 더 신뢰 있게 듣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김 시장은 '으랏차차' 이벤트를 '돈 없는 시민구단이 해서는 안 될 이벤트'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으나, 김 단장은 오히려 인기 없는 구단의 흥행몰이를 위해 꼭 해야 할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 시장은 최근에는 김 단장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 지역 축구인은 전했다.
대구시는 근본적으로 대구FC의 살림살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대구시는 대구FC가 예산을 불투명하게 사용하는데다, 씀씀이가 필요 이상으로 헤픈 것으로 보고 최근 대구FC에 올 예산 10억원을 줄일 것을 강요했다. 이에 대구FC는 시즌 중에 예산을 줄이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FC의 성적 부진도 쟁점이다. 대구시는 김 단장에게 전권을 주고 지난 2년간 힘을 실어줬지만, 바람직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FC의 2부 리그 추락까지 예상하며 일찌감치 효율적인 구단 운영을 위한 새판 짜기에 나섰다.
반면 대구FC는 전반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반기 상승세로 1부 리그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
대구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 단장이 김 시장에게 발탁됐지만, 고졸 출신으로 삼성에서 부사장까지 오른 김 단장과 서울대 졸업 후 관료로 출세가도를 달린 김 시장의 인생역정을 보면, 두 사람은 너무 다르다"며 "대구FC 운영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 안타깝다"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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