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에 서 있으니/ 마음속에 가득 찼던 서리가/ 스멀스멀 아침 햇살에 녹는다/ 사랑하던 이가 생각나고/ 문득 단풍나무 보고 싶어진다/ 그대 그림자 아래 서 있기만 해도/ 세상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 별을 닮은 잎들의 화려한 웃음으로/ 취한 너를 더 붉게 하고 싶다/ 불타는 이 마음이/ 내게 남은 가을을 모두/ 사랑으로 물들이고 싶다'-주설자 시 '단풍나무 여자'
대구에서 30년 넘게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주설자(73) 씨. 지역 유치원 원장 중에 유일하게 시를 쓰는 원장으로 알려진 그는 고희가 넘은 나이에 두 차례 등단해 화제다. 첫인상이 민첩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강해 보이는 그는 주로 집에 마련된 서재에서 작품활동을 한다. 서재에는 시와 관련된 여러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고 책상 군데군데 새로 쓴 시 30여 편이 다소곳이 놓여 있다. 그는 2011년 계간 '문장' 여름호에 첫 등단한 이후 올해 계간지 '시와시학' 신춘문예에 '봄에 쓰는 편지' 외 4편이 당선됐다. '시와시학'은 시를 잘 쓰는 무명인을 집중 조명해 전국적 유명시인을 만들고 있는 계간지로 평가받고 있다.
"저는 어릴 적 문학에 대한 식견이 없었지만 18세 소녀 때부터 무작정 시를 짝사랑했어요. 고향의 들풀 하나에도 시상이 떠오르면 주섬주섬 시를 써내려 갔지요."
그는 첫 시집 '단풍나무 여자'도 냈다. 성주가 고향인 그의 성장기 추억과 고향 마을의 자연풍물, 인생에 대한 달관의 숨결이 농도 짙게 녹아 있다. 시집에는 61편의 시 작품들이 향기 높은 추억담으로 눈물겨운 실루엣처럼 다가온다. 그의 시 소재는 고향, 가족, 사랑이 중심축이다. 특히 그는 어머니에 대한 고독한 연민과 그리움을 다룬 시 작품이 많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택을 지키며 오로지 7남매 자식만을 위해 자기희생적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이 시 구절마다 배어 있다.
"힘들었던 세월과 방황의 고비에 시는 저의 인생을 밝혀주는 등불이었어요. 앞으로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위대한 모성애을 그린 시를 많이 쓰고 싶어요."
그는 수필가 등단도 했다. 대구에서 출간되는 계간 종합문예지 '영남문학' 2013년 봄호에 가족 사랑을 그린 수필 '용서'로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그는 시 낭송 봉사도 하고 있다. 경북도 예절다도회 행사와 초'중'고 졸업식 때 시 낭송은 물론 대구교도소에도 방문해 재소자들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시를 유아교육에도 접목하고 있다. 시는 유아들의 시각'청각'후각'촉각'미각 등 다섯 가지 심상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와 동시를 유아들에게 자주 들려주면서 유아들의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 있다. 그는 유아 교재교구 연구에도 힘써 지역 유아교육 발전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유치원 원장으로 대구와 전국자료교재교구전시회에 출품해 16종의 특상 및 최우수상을 받았고 유치원 이름으로 입상한 교재교구도 40여 편에 달한다.
이 밖에도 그는 성주중'고등학교 총동창회장 재임 시 동문인 가수 백년설과 이창민 노래비를 세운 것을 비롯해 시계탑, 역사관 건립 등 모교를 빛내기 위해 왕성한 활동도 했다. 영남대에서 유아교육 석사 학위를 받은 주 원장은 대한몬테소리협회장, 대구가톨릭유아교육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가야유치원 원장으로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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