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야당이 국정원 사건 해결의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여야의 대치국면이 해소되는 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야(野) 3당은 각각 국회를 떠나 서울 도심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2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장외투쟁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조 특위 위원들은 21, 22일 양일간 청와대를 방문해 지난 대선을 3'15 부정선거에 빗댄 공개서한을 전달하는 등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22일 서울광장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며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천 대표는 "국정원 사건이 이대로 무마되면 우리 민주주의는 유신시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방안 등을 요구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도 당을 대표해 청와대 앞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처럼 야당이 청와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청와대 내부의 기류는 다소 부정적이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이 3'15 부정선거를 거론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공당답게 금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수석의 이러한 입장이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발언 논란이 있었을 때와 상황이 유사하다는 것.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과 회담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새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아닌 만큼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참석한 '3자 회담'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있다. 이러한 전망은 민주당의 강경 투쟁론으로 여야의 대치 국면이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전'월세 대책 등 굵직한 민생 현안을 처리하고 하반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려면 9월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청와대를 향한 'SOS 신호'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이 꼬인 정국을 풀어낼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지만 틈을 좁히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주말쯤 여야의 감정싸움이 숙지길 기다려 물밑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