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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제도 개선 오해와 진실

최저학력기준 폐지…일반고만 유리할까?

정부가 대입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학교 현장이 어수선하다. 학생, 학부모들은 또다시 바뀌는 입시 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란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발표 내용을 분석한 뒤 대입 전략을 짜고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구의 한 수능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기 직전 마음을 다잡고 있는 수험생 모습. 매일신문 DB
정부가 대입 제도를 대폭 손질하기로 하면서 학교 현장이 어수선하다. 학생, 학부모들은 또다시 바뀌는 입시 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란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발표 내용을 분석한 뒤 대입 전략을 짜고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대구의 한 수능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기 직전 마음을 다잡고 있는 수험생 모습. 매일신문 DB

교육부가 지난달 말 '대입 전형 간소화 및 대입 제도 발전 방안'(시안)을 내놓으면서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첫 도입한 선택형 수능 제도가 당장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제한과 우선선발 폐지 등 대입 제도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입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최소한 제도의 일관성은 가져야 하지만 현 정부는 대폭 제도를 바꾸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학생들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는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시 전문가라는 이들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서로 다른 전망을 쏟아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함께 이번 개편안에 대한 잘못된 명제 6가지를 추린 뒤 바로잡아 봤다.

◆오해 1=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하다?

현행 대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은 크게 학생부 중심(입학사정관) 전형과 논술(일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특기자 전형에서는 일부 대학만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학생부 중심 전형 경우 수능이 보조 수단에 그친다. 대부분 학교장 추천을 받는 이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전형 단계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는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지방의 고교 출신들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방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논술 전형. 하지만 논술 전형은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 가능한 전형이 아니다. 수능 우수자를 일정 비율 먼저 뽑는 우선선발 방식 탓에 수능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퍼졌지만 일반, 우선선발 모두 논술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수능 성적으로 합격을 보장하진 못한다. 더구나 다수 일반고 학생의 논술 실력이 특목고, 자사고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방침이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오해 2=수시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이 늘면 일반고 학생에게 유리하다?

학생부 중심 전형을 학생부 교과, 즉 내신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잘못 이해하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다수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과 면접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표되는 대부분의 서류+면접 전형 경우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영역이 모두 자신의 진로와 연관성이 있도록 잘 준비한 학생에게 유리하다. '내신만' 좋은 학생이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도' 좋은 학생이 합격하는 것이다. 오히려 내신이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영역의 교과와 비교과 영역의 활동이 활발했다면 합격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부 중심 전형은 일반고가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 적성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고교가 유리하다고 해야 한다. 대구만 해도 여전히 수능만 잘 치면 된다는 생각에 젖어 이 같이 운영하는 일반고가 드문 게 현실이다.

◆오해 3=논술고사 준비는 학교 수업만으로 가능하다?

논술고사의 출제 범위를 일반 교과 안에서만 출제하게 한다며 고교 자체에서 대비가 가능하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논술고사까지 대비가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학교 경우에는 학교 내에서 준비가 가능하겠지만, 수능 위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버거운 일반고 현실에서 현재 수준의 논술까지 준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지방의 고교나 교사 수급이 열악한 농어촌지역 고교 경우 지금도 실력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 강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실정이어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논술고사의 특성상 지식 위주의 수업에 치중한 현재 학교 교육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오해 4=대학별 전형 방법이 6개 이내가 되면 대학 선택이 쉬워진다?

언제부터인가 대입 전형이 3천 개가 넘어 학생, 학부모가 혼란스럽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입 전형이 아무리 많아도 정작 학생들 입장에서 지원할 전형은 많지 않다. 대학에 따라 전형 명칭만 다른 것을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해 3천 개라고 비판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와 전형요소별 유'불리를 따져 보면 6회의 수시 지원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도 마땅찮기 때문이다.

전형 방법이 간소화된다고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하는 게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지는 건 결코 아니다. 대학들의 전형요소별 반영 방법과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어떻게 이들 전형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최대한 일찍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해 5=입학사정관제는 폐지된다?

서류와 면접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생의 적성과 소질을 살리고 점수 위주의 줄 세우기식 선발을 지양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칭만 빠졌을 뿐 수시의 학생부 중심 전형에 포함돼 시행된다.

다만 학생부 중심 전형 경우 상위권 대학들은 교과와 비교과 중심으로 평가하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 합격자를 가리는데 이 부분이 없어진다면 앞으로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가 문제다. 내년부터 고교에 적용되는 개정 교육과정을 놓고 보면 앞으로의 학생부 중심 전형은 심화과목의 이수 여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오해 6=특목고, 자사고 또는 유명 학군 일반고로의 지원이 감소할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의 대입 반영 시기는 2019학년도로 늦춰진다. 이에 따라 내신 상대평가 부담 탓에 특목고, 자사고나 학군이 좋다고 알려진 지역의 일반고에 대한 인기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생부 중심 전형을 교과(내신) 중심 전형으로 오인한 데 따른 주장이다. 대부분의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학생부 전 영역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문제는 동아리활동, 방과후 교육, 스포츠클럽 활동 등 이번 개편안에서 학생부에 충실히 기재하라고 강조한 비교과 활동들이 일반고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교과나 진로와 연계된 학술동아리 활동은 학생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특목고, 자사고와 달리 일반고의 경우 극히 부진하다. 이러한 활동이 학생부 중심 전형의 핵심 요소로 더욱 강조된다는 것은 특목고, 자사고 등 교육과정이 우수한 학교로의 지원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 고교의 인기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도움말=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053)251-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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