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계공업 역사는 고려시대 최무선의 화포를 시초로 조선시대 장영실의 측우기와 해시계, 정약용의 거중기 등으로 그 맥을 이어왔다. 이후 일본의 강제점령에 의해 한반도가 대륙 침략을 위한 기지가 됨에 따라 군수산업 육성이라는 일본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선진 산업기술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유입되었다.
한편 6'25전쟁으로 인해 경인지역의 많은 방직공장을 포함한 남한 공장시설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그러나 큰 피해가 없었던 포항, 영천, 대구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전쟁 중의 군수물자 및 생필품 공급과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한 산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구는 농기계, 섬유기계, 수송기계(자전거), 건설기계, 공작기계, 금형, 표면처리 등 소규모 가내공업형태의 영세 중소기업들이 칠성동, 침산동, 원대동 일대(현재의 대구 제3산업공단)를 중심으로 창업되어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였으며, 이때 설립된 기업들이 현재까지 대구경제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기에 대구중공업㈜(1944년), ㈜대철(1945년), 대동공업㈜(1947년), 평화산업㈜(1950년), ㈜SL(1954년) 등 많은 기계관련 중소기업들이 설립되었고, 5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여 지역의 대표적인 제조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62년부터 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대구 인근의 포항 철강산업단지, 울산 자동차산업단지, 창원 기계산업단지와 구미 전자산업단지가 준공되었다. 대구는 동남권 국가산업단지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여 이들 산업의 배후도시로서 성장하였으며 관련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허브도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후 1980년대 정부의 기계부품소재 국산화 정책, 1990년대 WTO 출범에 따른 수출산업화 정책, 2000년대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자립화 및 고도화 정책에 따라 관련 지역기업들의 연구소 설립과 정부주도의 R&D 과제 참여를 통한 기술혁신이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1990년에 만들어진 대구시의 기계공업과(현재 창조과학산업국 기계자동차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현재 대구에는 자동차부품산업, 기계장치산업, 소재산업, 섬유기계 및 반도체 장비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한국OSG㈜, 한국파워트레인, 평화정공㈜, ㈜JVM, ㈜세양엠텍 등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성서산업단지(1965년 조성)를 중심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의 기계금속자동차부품산업은 2010년의 사업체수, 종사자수, 생산액, 부가가치액을 기준으로 대구시 전체의 54.7%, 53%,59.5%, 60.6%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는 이미 축적된 우수한 제조기반기술(뿌리기술) 및 자동화 기술, 주요 핵심 산업의 집적화, 우수한 정주여건, 우수 고급기술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기반으로 선진 외국계 기업(예-삼성스미토모메탈, 대구텍, 스타이온, 나카무라토메, 현대커밍스 등)의 역내 투자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타 지역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대구 경제의 부흥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여러 첨단기계산업 육성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지자체 및 산학연이 상호 협력하여 자동차부품, 기계장치 등 전통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타 산업과의 융복합화를 도모하면서 첨단의료, 로봇산업, 그린에너지산업과 같은 첨단 지식산업 육성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대구를 동남권 내륙 첨단기계산업의 허브도시이자 중소기업이 강한 창조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며, 우리의 아들 딸들이 대구에서 활기찬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김영석/경북대 교수·전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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