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콤할것만 같은 설탕의 잔혹한 맛…『설탕, 세계를 바꾸다』

설탕, 세계를 바꾸다/마크 애롤슨'마리나 부드호스 지음/설배환 옮김/검둥소 펴냄

우리에게 설탕이 바꾼 모든 역사를 보여 준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여러 가지 세계사에 중요한 일들은 놀랍게도 설탕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설탕이 발견되기 이전인 벌꿀의 시대에 그저 '달콤한 갈대'로 불렸던 사탕수수가 설탕으로 만들어지게 되면서 변한 인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설탕은 전 세계가 교통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었고, 나아가 노예제를 촉발하고 자유의 사상이 전 세계로 퍼지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꿀벌의 시대에서 설탕의 시대로, 노예의 시대에서 자유의 시대로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에서 설탕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질이다. 이 책을 통해 마법, 향신료 등으로 일컬어지다가 이제는 건강에 관련된 내용에서만 이야기되는 설탕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노동을 조직했고, 수탈을 이끌어 냈는지, 마지막으로 자유를 얻기 위한 인간의 투쟁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건강을 위해서는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되는 설탕이 우리 인류에게 어떤 것인지 알려 준다. 처음에는 의식 등에 쓰이다가 귀족들이 여는 잔치에 향신료로 쓰였던 설탕이 노예무역과 더불어 생긴 엄청난 플랜테이션에서 노예들을 부리게 하는 중요한 작물이 되었던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노예무역과 함께 전 세계가 무역을 통해 경쟁하고 제국주의 열강들이 세상을 어지럽힐 때도 그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었던 중요한 작물이 바로 설탕이다. 현대에 이르러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작물과 첨가물들이 생겨났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노예노동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변화 가운데 설탕이 있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책은 얇지만 많은 사례와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있는 서술과 여러 지도들과 삽화, 토막 지식 등을 고루 배치해서 다섯 가지 키워드 어느 하나 빠짐없이 설명을 하고 있다.

1부 '마법에서 향신료로'에서는 설탕이 단맛을 주는 향신료가 되어 세계로 퍼져 나간 역사를 다룬다. 2부 '지옥'에서는 사탕수수 농장의 잔혹한 노예제와 더불어 융성하게 된 본격적인 '설탕의 시대'를 다룬다. 3부 '자유'에서는 사탕수수 노예제를 요람으로 삼은 노예해방 운동과 이것이 미국, 프랑스, 아이티의 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과 맺고 있는 관계를 보여 준다. 4부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새로운 노동자들, 새로운 설탕'에서는 노예제 폐지 후 계약 노동자라는,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새로운 노동자들과 사탕무를 통한 새로운 설탕 생산의 시도, 그리고 남아프리카로 간 인도인 계약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끈 간디의 사티야그라하와 함께 저자들의 가족사를 담았다.

특히 2부에서부터는 설탕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플랜테이션 노동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플랜테이션의 악조건과 인간 수탈은 아프리카에서 잡아 온 노예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노예들이 잔혹한 노동에 시달리며 있었던 곳은 카리브 해에 있던 설탕 플랜테이션이라고 이야기한다. 설탕 플랜테이션은 그 자체로 사람을 집어삼키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고, 흑인 노예들은 대를 이을 수도 없이 죽어나갔다. 이들의 백인과 자본에 항거한 투쟁과 승리 이야기도 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하와이 등에 간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과 이들이 정착하는 과정 등도 잘 설명되어 있다. 동양의 사례가 좀 더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184쪽. 1만4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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