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 오후 10시쯤 대구 동구 동호동 동호네거리 남동쪽 공터. 이곳에 천막 50여 채가 빽빽하게 들어선 야시장이 열렸다. 입구에 '한가위 대축제 각설이 공연'이라고 적혀 있었고, 군밤 노점상이 사람들을 맞았다. 앞치마를 두른 호객꾼이 팔을 잡고 노점음식점으로 끌어당겼다. 얼굴에 연지곤지와 검은 점을 찍고 누더기 옷을 입은 각설이가 공연을 했다. 반대편 간이무대에선 트로트음악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 야시장 곳곳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남성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지 지퍼를 내렸다.
불법 야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냄새, 위생과 화재 문제, 교통 혼잡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지만 해당 행정 당국은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환경과 위생, 안전, 교통 등 문제=동호네거리의 야시장은 이달 18일부터 문을 열었다. 당초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22일까지 장을 열 계획이었지만 26일까지 영업했다.
문제는 소음과 냄새, 하수처리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죽소음과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품바공연 음악 소리 등 늦은 밤까지 야시장 주위는 떠들썩했다. 또 기름을 튀기는 냄새와 바비큐 연기, 해산물 비린내, 구이 음식으로 인한 그을린 냄새 등이 반경 수십m까지 퍼졌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오모(51'여) 씨는 "초저녁부터 밤늦게까지 쿵쾅 음악 소리가 울리고 느끼한 기름 냄새가 진동해 짜증이 난다"며 "식당에 찾아온 손님들도 시끄럽다며 금세 나가버리는 등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했다.
흙바닥인 야외에서 곰장어와 해삼, 멍게, 골뱅이무침, 낙지볶음 등 음식을 조리'판매하고 있었다. 야시장에서 팔리는 음식물은 따로 위생 점검을 받지 않는다. 음식물 재료의 원산지도 제대로 표기돼 있지 않다.
화재 등 안전 문제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야시장에는 소화기 등 아무런 안전시설 없이 LP가스 등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인근 상가건물에서 끌어온 전기선이 땅바닥에 드러난 채 천막 곳곳으로 어지럽게 뻗어 있었다.
대구 동부소방서 관계자는 "공터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당국의 단속권한이 없는 실정"이라며 "다만 화재 위험성이 높을 경우 현장에서 화기사용에 대해 안전지도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대로변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어나면서 교통 혼잡을 유발하고 있었다.
◆'치고 빠지기' 장사에 단속 어려워=불법인 야시장은 주로 단속이 느슨한 주말이나 긴 연휴를 틈타 도심의 미개발 공터에 들어서고 있다. 행정 공백 기간을 노려 7~10일 짧은 기간 동안 장을 연 뒤 자진 철거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가설건축물과 일반음식점 신고 등 영업에 필요한 허가나 신고 없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할 행정기관인 동구청은 식품위생법 위반이나 불법 건축물 및 광고물 설치에 대해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야시장의 경우 사업자 등록이 없기 때문에 소유주를 밝히기 힘들어 행정'사법적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법 처리를 한다 해도 통상 40만∼50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철거를 권고하더라도 상인들 스스로 철거할 수 있도록 '계고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 영업을 하다 강제 철거 직전에 떠나기 때문에 행정'사법적 처벌 주체를 찾기도 힘들다.
동구청의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개인사유지에 천막을 치고 야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인'허가 사항이 아니고 계속적인 건축물도 아니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복지서비스과 관계자는 "인'허가 사항이 아니어서 소음 등 관련 법을 지키면서 운영을 하라고 당부를 했다"고 밝혔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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