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지역 문화재 불법반출 생생히…" 전국 첫 증언록 발간

道'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 공동 가야유물'세종대왕자태실 도굴 등

#향토사학자'주민 등 목격담 수록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고령경찰서에 금동 장신구, 토기, 무기류, 말 장구 등 가야 유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어요. 1t트럭 2, 3대 분량은 돼 보였습니다. 당시 대구 남선전기 사장으로 있으면서 '일본인 도굴왕'으로 악명이 높던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도굴한 유물들을 경찰서에 임시로 보관해놓은 것이었어요."

2005년 김도윤(당시 80세'고령군 고령읍) 씨는 10대 시절 우연히 목격한 장면을 생생히 기억해냈다. 일제는 당시 '합법적 발굴'을 내세우며 전국적으로 유물을 도굴했다. 고령경찰서에 쌓여 있던 가야 유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오구라는 자신이 모은 한국 문화재 1천100여 점을 1981년 일본 도쿄박물관에 기증했고, 그중에는 대가야 금관 1점과 금동관 2점도 있었다. 이 유물들은 아직 한국으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도쿄박물관에 '오구라 컬렉션' 중 하나로 보관돼 있다.

경상북도와 (사)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회장 박영석)는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찾기 사업의 하나로 문화재 반출 목격담과 기록물 등 증언자료를 수록한 '잊을 수 없는 그때'를 최근 펴냈다. 2005년 김도윤 씨가 한 증언도 수록됐다.

481쪽 분량의 이 책에는 경북도가 지역 23개 시'군의 향토사학가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주민 등을 대상으로 수집한 문화재 반출 관련 증언자료들이 담겨 있다. 특히 고령지역 가야유물의 훼손 및 반출 관련 증언과 성주지역 세종대왕자태실 유물 도굴 실태 등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조사단을 구성해 특히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 집중된 우리 지역 문화재의 불법 반출 관련 목격담과 증언은 물론 기록물과 사진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검증작업을 거쳤다. 이번 증언록 발간은 전국 최초로 이뤄진 문화재 반출 관련 자료 수집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송경창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최근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는 주도적으로 민간기관과 함께 지속적인 문화재 환수운동을 펼치며 경북 정체성 확립에 주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문화재찾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등 20개국에 모두 15만2천910여 점의 우리 문화재가 있고, 현재까지 국내로 되돌아온 문화재는 9천여 점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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