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로벌 불황 대처 포스코 계열사들의 명과 암

건설 "철강불황에 직격탄", ICT "해외 뚫어 탄탄대로"

포스코가 철강 경기 하락으로 영업이익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포스코 계열사도 업종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포스코 3분기 영업이익이 업황 부진과 원가 상승 등의 여파로 당초 예상치보다 낮은 5천억원대 미만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포스코 계열사도 경기 상황과 연계된 업종의 성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공사 수주금액이 평년치의 40% 수준인 4조원에 머물고 있어, 내년과 내후년 '먹을거리' 걱정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상반기 성과급을 줄이는 자구책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직무 실적이 저조하거나 정년을 앞둔 직원, 지원부서 직원 등 60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의 직무연수에 들어갔다. 포스코건설 측은 직원들이 직무교육센터로 자리를 옮겨 연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는 자리 보장이 불투명해 사실상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 7월 성진지오텍과 합병했지만 플랜트 시장의 침체 및 해외수주 저하'악화된 재무구조 등으로 계속된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다. 합병 전에도 포스코플랜텍은 국내 플랜트 시장 침체로 올해 초부터 매달 1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여기에다 성진지오텍의 3년 평균(2010~2102년) 결손금(1천725억원)이 더해지자, 합병 후 자기자본은 더욱 깎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포스코플랜텍의 적자 폭이 차츰 줄고 있다는 것. 포스코플랜텍의 7'8월 적자는 28억원으로, 철강공장에 필요한 핵심설비 가공 및 제작 등 계열 내 물량 확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플랜트 시장과 해외수주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포스코플랜텍의 적자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 계열 소재 전문기업인 포스코엠텍은 제품은 많이 팔았지만 수익이 오르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2010년 진출한 도시광산 사업(리사이클링 업체와 리코금속 인수) 덕분에 최근까지 매출액을 3배 이상 늘렸지만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다. 철강 원료 제조 및 판매, 제품 포장 등 기존 사업도 문제없는데, 수익이 멈춘 것은 알루미늄 탈산제와 몰리브덴 등 주력 제품의 시세 하락으로 인한 철강 원료 부문의 전체적인 마진 감소 때문이다. 포스코엠텍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천588억원으로, 2009년(3천33억원)보다 3배 올랐다. 자산규모 역시 지난해 4천370억원으로 늘어나 2009년(1천651억원)을 압도했다. 철강 원료 부문 매출액은 2009년 1천700억원에서 4천138억원으로, 포장사업 부문은 980억원에서 1천885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매출과 자산규모 증대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2010년부터 3년째 150억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주력 제품의 시세 하락에 따른 철강 원료 부문 수익 저하 때문인데,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0년 65억원에서 지난해 8억원까지 떨어졌다. 철강업계의 공급과잉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부원료 가격을 떨어뜨려 회사 수익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강판은 강판 부재료의 가격 하락과 원가 절감 노력으로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2010년부터 매년 1% 내에서 적자를 기록하던 포스코강판은 원재료 매입처를 다변화하고 원가를 낮춘 것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또 미소둔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 컬러강판'알루미늄도금강판 등의 핵심 원료 가격이 하락한 것도 회사 수익률 향상에 도움이 됐다. 포스코강판은 올해 상반기 4천98억원의 매출과 3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은 9.1% 낮아졌지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포스코강판은 원자재 가격 하락 외에도 포스코와의 임가공 계약 이후 가전사에 대한 컬러강판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흑자의 원인으로 꼽았다. 포스코강판은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 도금강판의 판매단가 상승이 예상돼 하반기 실적도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올 들어 1'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지만, 내년 침상코크스 공장이 준공되면 새로운 성장 문이 열릴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침상코크스 공장이 내년 준공하게 되면 포스코켐텍은 석탄화학산업에 본격 뛰어들어 중국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인조흑연 및 등방흑연블록 등 고부가가치 소재사업으로도 뻗어나갈 계획이다. 또 올해 말 인도네시아 포스코 공장이 준공되면 생석회와 화성품 가공공장 가동에 따른 이익률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에는 포스코 광양 1고로의 조강 생산량 증가와 케미칼 부분의 콜타르 이익 개선 등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향상이 기대된다.

포스코ICT는 단연 돋보이는 실적으로, 계열사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포스코ICT의 2013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 109% 증가한 1조3천263억원, 636억원이 예상된다. 포스코ICT가 가격은 절반 낮추고, 효율은 2배 높은 '2세대 LED 조명'을 개발해내면서 중국 철강회사와 LED 조명 사업을 위한 합자법인 설립을 이끌어냈다. 포스코ICT 자회사인 포스코LED는 세계 2위인 중국 허베이 철강그룹의 당산철강과 LED 조명 사업을 위한 합자법인 설립 등 모두 9개 분야에 대해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또 오는 2015년까지 백열전구를 전부 교체한다는 중국 방침에 따라 2년 후에는 관련시장이 10조6천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포스코LED의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포스코ICT베트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도시철도 사업과 하틴제철소의 원료 처리설비 구축 사업 등을 이미 수주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뜨겁게 불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포스코(냉연공장)와 포스코건설(열연 및 화성공장 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포스코ICT 김광석 베트남 법인장은 "IT 및 엔지니어링의 컨버전스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시장 진출은 회사에 더 큰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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