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리인하 요구권 행사, 봇물 터졌다

금융소비자 권리 찾기 인식 올해 5만여건 2129억 절감

#.직장생활 10년 차인 김상진(36) 씨는 올해 어깨가 부쩍 가벼워졌다. 지난 4월 정기인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입사동기들의 부러움을 산 데 이어 덤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라는 보너스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덕분에 월평균 10만원에 가까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해 대출금리를 할인받은 고객이 올해(1월∼8월)에만 5만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소득이 늘거나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 및 개인이 은행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올 연말부터는 신협,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회사 및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금리인하 요구를 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해 대출금리를 할인받은 실적이 5만3천12건(21조2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경감금액은 2천129억원이었으며 개인당 평균 연 1%포인트 정도 금리인하 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지난 2002년 은행에 도입된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은행들이 이 제도를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탓이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예대마진)로 수익을 올리다보니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설명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지면서 각 금융기관에서도 고객만족서비스 차원에서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때 적용된 금리에 대해 문자 전송 서비스를 통해 금리인하 요구권을 공지해 주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112건(160억원)에 불과했던 금리인하 채택 실적이 지난해 5천945건(8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금리인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기업은행도 1만6천270건 가운데 1만6천177건을 받아들여 99.4% 채택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채택률 97.4%)은 642건(2097억원) 중 625건(2029억원), 신한은행(채택률 95.1%)은 1만1608건(1조9973억원) 중 1만1044건(1조8800억원)의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99.5%, 93.8%에 달했다. 다만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채택률이 60%대에 그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금리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를 뿐 아니라 일부 은행에서는 금리인하 요건을 갖춘 고객들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펼쳐 채택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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