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22g 엿 세트 1만3천원…수능 얌체 상혼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11일 속칭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특수를 노린 일부 유통업체의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한 경우가 수두룩하고, 가격 또한 비싼 탓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대구 중구의 한 대형문구점 한쪽에는 수능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이에 관련된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수능 선물은 대부분 호박엿과 홍삼캔디, 초콜릿 등으로 구성돼 있고 가격은 3천500~1만3천원까지 다양했다. 이곳에서 파는 엿 세트 중 가장 비싼 1만3천원짜리 세트의 무게는 422g이었다. 이 세트를 풀어보니 덩어리 엿 1개와 길이 2㎝로 잘린 조각 엿 17개, 그리고 '잘 찍으라'는 의미로 넣은 나무포크가 들어 있었다. 엿의 무게만 따로 재 보니 251g이었다. 한 대형마트의 호박엿 400g이 2천580원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가장 싸다는 3천500원짜리 엿 세트도 길이 2㎝의 조각 엿 12개가 4개씩 스펀지와 약첩을 모방한 종이에 싸여 3개의 세트로 구성돼 있었다. 이지은(20'여'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올해 수능을 보는 동생을 위해 선물을 사려고 했더니 다들 겉포장만 화려하고 실속 없는 것들뿐"이라며 "수입이 없는 대학생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들만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한 술 더 떴다. 대구시내 한 백화점에서는 25개가 든 수능 합격 기원 화과자 세트가 5만5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찹쌀떡 10개와 껌, 사탕 등을 포장한 상품은 2만8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주부 김영화(46'여'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가격이 비싼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 선물이 다양해졌지만 좀처럼 실용성 있는 선물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빼빼로데이 선물도 바가지 투성이었다. 대구시내 한 백화점 식품관의 베이커리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굵기 약 1.5㎝, 길이 약 15㎝인 과자에 초콜릿을 묻힌 이 막대과자 1개의 가격은 1천200원이었다. 제과회사에서 나온 막대과자 선물 세트는 1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었다. 어떤 선물세트는 길이가 긴 막대과자 3개를 넣어놓고 3천~4천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김정훈(21'대구 북구 대현동) 씨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막대과자 세트를 봤는데 가격은 비싼데 속에 든 과자는 몇 개 없었다"며 "제과회사 상술에 소비자만 놀아나는 것 같아 짜증 나지만 안 챙겨주면 섭섭해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선물의 과대포장은 자원낭비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선물의 단가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의 단가 공개와 과대포장에 대한 행정당국의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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