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내부적으로는 냉정하게 자기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체 평가 보고서 내용을 보면 그렇다.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은 여당 시절인 2004,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딱 한 번 새누리당을 압도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또 새누리당과 경합을 벌인 시점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천안함 피폭 이후 공안 정국에 대한 역풍, 그리고 무상급식 의제 선점 때였으며 이 중 민주당 스스로의 능력으로 정책 주도권을 잡은 시점은 무상급식 때뿐이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보고서는 이런 사실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약점이 민생 분야에서 발견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당이 민생'정책에 집중해야 하며 그 터닝포인트를 바로 지금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치투쟁' 일변도의 대여 전략을 민생과 정책 중심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지방선거도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정확한 진단이다. 민주당은 지금 '민주주의 사망' 프레임에 갇혀 당력을 엉뚱한 데 소진하고 있다. 국민도 민주당의 이런 모습에 슬슬 질려가고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을 국민과 함께 규명한다며 장외투쟁을 벌였으나 국민의 외면 속에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접어야 했던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민생 속에 깊이 스며들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20% 아래를 기는 지지율은 이런 요구를 외면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이 사안들은 수사 중에 있거나 법원의 심리 중에 있다. 그런데도 특검을 하자는 것은 정치투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규명을 위한 정치투쟁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해도 늦지 않다. 수사 결과가 편파적이라면 국민은 민주당의 투쟁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신야권연대로 정치투쟁의 기치를 더욱 높이 올리고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 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김한길 대표는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다. 민주당이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 잘 알 것이다. 국민은 알면서도 행동을 교정하지 못하는 민주당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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