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미숙아 후유증 쌍둥이 돌보는 곽미영 씨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5개월 만에 태어난 쌍둥이와 오래오래 살았으면…

곽미영 씨와 이민준
곽미영 씨와 이민준'태준 형제가 평온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형 민준과 장난을 치던 태준은 이내 잠들어버렸고, 민준이는 힘이 남아도는지 곽 씨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곽미영(가명'여'40) 씨는 하루 온종일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이민준'태준(가명'4)이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다. 민준이가 엄마 무릎에 앉아 있으면 태준이가 그 위에 앉으려 해 말려야 하고, 태준이가 스티로폼 장판 밑에 들어가면 민준이가 밟으려 해 또 말려야 한다. 민준이는 동생 태준이가 쓰는 안경과 발목 보호대가 신기한지 자꾸 벗기려 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못하게 말리는 것도 일이다.

"병원에 데려가는 게 전쟁이에요. 태준이를 잡아놓고 있으면 민준이가 어느 순간 사라져 난리가 난 적이 많아요. 민준이는 활동적이고 태준이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지만 그래도 같이 데려나가면 통제가 안 돼요."

◆다섯 달 만에 태어난 쌍둥이

민준'태준 형제가 태어난 것은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민준이와 태준이를 가진 지 5개월이 되던 무렵 곽 씨는 갑자기 생긴 출혈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태반이 앞으로 쏠린데다 양수도 새고 있어 두 아이 모두 위험하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꺼내야 한다"고 해 곽 씨는 선택의 여지 없이 제왕절개 수술로 민준이와 태준이를 낳았다.

이때부터 민준'태준 형제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넘겨야 했다. 민준이와 태준이가 태어났을 때 두 아이의 상태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준, 태준이 모두 뇌출혈과 뇌의 백질 부분이 상하는 백질연화증을 안고 태어났다. 민준이는 폐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했고, 태준이는 뇌출혈의 상태가 심해 결국 뇌병변 4급 장애를 갖게 됐다. 게다가 태준이는 태어난 지 일주일 동안 배변을 하지 못해 대장에 탈이 나 결국 인공항문을 달았다. 병원에서는 "미숙아치고는 상태가 괜찮다"고 했지만 곽 씨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다.

"병원에서 '장애는 어쩔 수 없이 평생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해 많이 속상했어요. 처음에는 '살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게 기적인 것은 맞아요. 그래도 '미숙아치고 수술도 많이 안 했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뒤처지는 아이들

미숙아로 태어난 민준'태준 형제는 그 후유증으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면 자라는 속도도 느리다. 민준이는 네 살이 됐는데도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물, 볼(공), 가' 등 네 가지뿐이다. 말이 전혀 늘지 않는다. 옹알이는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갈수록 언어 습득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다.

태준이의 상태도 많이 좋지 않다. 생후 1주일 후 받았던 인공항문 수술 때문에 복부와 엉덩이 부분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걸을 때 균형을 잡기 어렵다. 그래서 민준이는 비탈길이나 계단을 걸을 때 자꾸 넘어진다. 게다가 최근에 발목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하면서 무릎 관절도 빠지는 일이 잦다. 미숙아 망막증으로 근시까지 생긴 태준이는 항상 뽀로로 고글처럼 생긴 안경을 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아이 모두 지능이나 지적 발달 수준 자체가 또래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준이의 경우 그나마 말을 익혀 의사표현을 곧잘 하지만 문제는 의사표현도 안 되고 성격도 산만하기까지 한 민준이다. 곽 씨는 내년에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아이들이 큰 근육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재활치료는 많이 받았는데 인지능력이나 언어능력을 키우는 치료는 비싸서 자주 시켜주질 못했어요. 게다가 매일 집과 병원만 왔다갔다하느라 다른 사람을 만나 사귀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내년에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외면하는 아버지, 버티기 어려운 병원비

곽 씨는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다. 이혼 사유는 가정에 대한 불성실함 때문. 곽 씨의 남편은 첫 아이 승준(가명'13)이가 태어났을 때도 외도로 이혼했다가 겨우 재결합한 전력이 있다.

"민준이와 태준이를 가진 것도 아이가 생기면 남편이 가정에 충실할 것 같아서였어요. 하지만 민준이와 태준이가 미숙아로 태어나 사경을 헤매는데도 남편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시 이혼을 결심했어요."

곽 씨는 남편에게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남편은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민준이와 태준이가 태어난 뒤부터 지금까지 양육비로 50만원밖에 주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완전히 이혼한 상태가 아니어서 남편은 곽 씨와 세 아들의 부양의무자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곽 씨는 두 아이를 치료하는 데 일반 국민건강보험 이외에 저소득층을 위한 다른 지원책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민준이와 태준이가 어려서 정부의 양육수당 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이게 수입의 전부다. 하지만 민준이와 태준이를 치료하는 데 매달 90만원 이상 돈이 든다. 물리치료는 국민건강보험 급여대상이지만 언어치료나 다른 작업치료 등은 대부분 보험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곽 씨는 지금까지 민준이와 태준이의 치료비용과 생활비를 대부분 친정에서 빌려 쓰고 있다. 지금 사는 집도 친정의 이모가 해 준 것이고 생활비 대부분은 친정 오빠나 어머니가 대 준다. 하지만 매번 친정에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댁 또한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같이 멀어져 도움을 기대할 수가 없다.

곽 씨는 민준이와 태준이가 앞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며 두 아이의 치료에 열중이다. 민준이와 태준이가 없는 곽 씨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민준이와 태준이가 인큐베이터에서 겨우 살아나 지금까지 자랐어요.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민준이와 태준이는 충분히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지금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매일신문사'입니다.

※매일신문'대한적십자사 공동기획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