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도 개성시대다. 수많은 절과 선원, 암자들이 있는데 제각각 경쟁력을 갖기 위한 자구책을 찾은 결과물이다. 그중에서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위치한 반야선원은 나름의 길을 분명하게 찾은 경우다. 교육특구라는 수성구에서 반야선원이 찾은 길은 '입시 기도도량'이다. 주지 효종 스님은 '반야선원'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를 '입시 기도도량'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등단 시인이기도 하고, 앵무새 3마리를 방에서 키우고 있는 반야선원 주지 효종 스님을 만났다.
◆'입시 기도도량' 반야선원
대구국립박물관을 지나 범물동 방향으로 가다가 고가다리 아래 네거리 인근에 사찰이 하나 있다. 입시 기도도량 '반야선원'이다. 앞마당에는 주지 효종 스님이 직접 쓴 10여 편의 시들이 표구돼 절 건물과 정원에 전시돼 있었다. 효종 스님은 앵무새 3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말하는 회색 앵무새 '금강이'와 '초롱이', '보리'가 스님의 반려동물이다.
'왜 입시 기도도량이냐?'고 물었다. 효종 스님은 "7년 전 사찰을 개원할 당시, 대구에는 불교대학과 포교원이 많았다. 뭔가 특화된 사찰로 키우고 싶었는데, 마침 교육특구 수성구에 입시를 위해 기도하는 불자들이 우리 절을 많이 찾았다"며 "사찰 주지로서 입시를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일들을 찾고 기도하다 보니, 입시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답했다.
효종 스님은 수험생을 둔 불자들과 한마음이 되어 기도한다. 매년 봄, 가을에는 입시 및 임용고시 등의 기도를 위해 불자들과 함께 설악산 봉정암을 정기적으로 찾고 있다. 찾아온 불자들이 낸 공양미 시주(쌀 20kg들이 50∼100포)는 4년 전 부터 수성구청 복지과를 통해 불우이웃 돕기에 쓰도록 하고 있다. 효종 스님은 매주 일요일 반야선원에서 무료급식을 베푸는 일을 꿈꾸고 있다.
◆대구문인협회에 등록된 회원, 명산 효종 시인
효종 스님은 시인이다. 갑자기 기자에게 시 한수를 읊어줬다. 동짓날을 앞두고 쓴 '동지'였다. '동짓달 맑은 하늘/ 홍시 서너 개 걸린/ 감나무 아래/ 내내 감추었던 오솔길/ 갈댓잎 울리던 바람에 열려/ 빗겨가던 구름이/ 팥죽 끓는 냄새 말고 굴뚝에 걸터앉네.'
시인으로서 효종 스님의 이력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역의 유명 시인인 도광의'이일기 선생에게 시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2009년 '문학예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2011년에는 화랑과 수성아트피아에서 개인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KBS 성우와 함께 만든 시낭송 CD도 제작했으며, 내년 초에는 그동안 썼던 200여 편의 시 중에서 엄선해 첫 시집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효종 스님의 자신의 대표시로 '풀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했다. '꿈 깨면/ 연기처럼 사라져/ 차마 말하지 못한 고백'(이하 생략). 스쳐온 인연, 세상사 상처를 올올이 풀어야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내 시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감흥을 받는다면, 이곳이 곧 포교이자 종교인의 소통"이라며 "불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 역시 쉽고 편하게 쓰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효종 스님은 고교 시절 불교 학생회, 대학 때는 대학불교청년회에서 활동했다. 대학 때의 전공은 시각디자인이었으며, 1984년 강원도 정동진 등명 낙가사에서 출가했다. 1984년부터 1988년에는 합천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전국의 사찰을 떠돌다 2006년부터 대구에 정착해 반야선원을 이끌고 있다. 053)763-1249, 2249.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연휴는 짧고 실망은 길다…5월 2일 임시공휴일 제외 결정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골목상권 살릴 지역 밀착 이커머스 '수익마켓' 출시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