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먼지 덮인 야광봉·차선…공사 도로 잇단 사고

바뀐 도로 좁아진 차로 안전시설 제기능 못해

경부고속철도 도심 고속화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 동구 신천동 신암지하차도.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줄어 사고 위험이 높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부고속철도 도심 고속화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 동구 신천동 신암지하차도.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줄어 사고 위험이 높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임시 개통되거나 공사 중인 도로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전자와 보행자 등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안전관리 허점 임시 개통 도로=24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 용계동 율하교에서 범안로 북쪽 방향 200여m 지점. 굴착기를 화물칸에 실은 4.5t 화물차가 1차로에 주차돼 있었다. 화물차는 뒤편 일부가 부서지고 번호판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바닥에는 잘게 부서진 유리조각과 기름 얼룩이 있었다.

이날 오전 3시 9분쯤 이곳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운전자(51)가 숨졌다. 승용차를 몰고 가던 운전자는 3차로 중 1차로에 주차해놓은 화물차의 뒤를 들이받았다. 이 도로(범안로)는 올 6월 준공해 내년 3월쯤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일부 구간을 임시로 개통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아직 정식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신호등이나 안내표지판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량 운행을 안내하는 붉은색 플라스틱 구조물은 두 동강이 나 도롯가에 뒹굴고 있었고, 25t 화물차와 관광버스 등 사고위험을 높이는 불법주차 차량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주차 단속은 해당 구청 몫이지만 정식 개통 전이기 때문에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범안로와 반야월로가 교차하는 인근 네거리에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엇갈려 운행했다. 버스와 레미콘 차량 등 대형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경적음을 울리며 지나다녔다. 좌'우회전을 하는 차들은 네거리 중앙에 멈춰선 뒤 지나는 차가 뜸한 틈을 타 운행했다. 1m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서 차들이 교차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신호등이 아닌 '눈치 운전'으로 사고를 피하고, 보행자들은 차를 피해 요령껏 횡단을 해야 했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범안로의 경우 혁신도시와 연결되는 일부 도로가 완공되지 않아 정식 개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정식 도로가 아니어서 안전관리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다"고 했다.

◆정체와 사고 위험성 높은 공사구간 지하도=공사로 인해 차로가 줄어드는 등 통행 환경이 열악해진 도로도 사고 위험이 높다.

23일 오전 4시 56분쯤 동구 신천동 신암지하도에서 A(66) 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택시운전사(43)와 택시 승객 B(19) 씨 등이 얼굴 등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택시 승객 3명과 A씨 등 5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지하도 진입로 방향을 착각한 A씨가 역주행하면서 발생했다.

신암지하도는 지난해 8월부터 경부고속철도 대구도심 고속화사업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왕복 4차로였던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줄었다. 이 중 신천역에서 지하도 방향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2차로에서 1차로로 줄고, 도로 모양도 공사장 펜스를 끼면서 급격한 곡선을 그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중앙선 부분에 원통 모양의 봉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지만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 봉의 야광 띠에는 공사장 흙먼지가 뒤덮여 있었고, 너덜너덜 떨어져 제 기능을 못하는 것도 많았다. 바닥의 중앙선도 모래와 먼지가 쌓여 분간이 힘들었다. 좌'우회전을 유도하는 바닥의 흰 선은 희미하게 지워져 있어서 자칫 역주행 등 잘못 진입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이렇게 공사 중인 지하도는 경부선 구간만 신암지하도를 포함해 4곳이나 된다. 모두 지난해 공사를 시작해 내년 9, 10월에야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비산지하도 북편네거리와 북비산네거리 사이의 비산지하도와 성동사무소네거리와 달성네거리 간의 원대지하도는 각각 공사 기간 중 4차로에서 2차로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칠성교네거리와 동인네거리 사이의 동인지하도는 6차로에서 3차로로 좁아졌다. 이들 지하도는 공사로 인해 낮에는 정체가 빚어지고 밤에는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도로를 점용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서 각종 안전대책이 마련된다"며 "지하도의 경우 도로 특성에 따라 안전펜스와 차로 변형에 따른 안전표지 등을 설치했는데, 이번 사고가 안전시설이 미비해서인지 개인적인 주의 태만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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