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칠곡 송림사

보온병에 커피 넣어 송림사 라이딩 어때요?

대구 근교에는 가볼만한 사찰이 많다. 팔공산 동화사와 경주 불국사 등 천년고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절이 곳곳에 있다. 이번에 가본 '송림사'(松林寺)는 유서도 깊고 자전거로도 쉽게 갈 수 있는 사찰이다.

송림사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구덕리 가산(架山) 남쪽 기슭에 있으며, 동화사 말사(末寺)이다. 신라 진흥왕 때 진나라 사신이 명관대사와 함께 불서와 불사리(佛舍利)를 가지고 왔는데, 이것을 봉안하기 위해 세운 절이다. 몽골군과 왜군의 침략으로 소실과 중창의 시련 끝에 철종 9년(1858년)에 다시 중창되어 오늘날에 이르는 유서 깊은 절이기도 하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과 명부전(冥府殿) 및 요사채가 있다.

송림사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자전거를 타고 동서변로로 해서 동명저수지를 지나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송림사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층전탑(보물 제189호)이다. 탑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길이 머물게 된다. 대웅전 앞에 있는 전탑은 신라시대의 전형적인 벽돌탑이다. 탑은 뜰 중앙에서 안정된 모양으로 우뚝 솟아 있다. 돌로 쌓은 석탑에 익숙하다면 전탐은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장방형의 벽돌을 촘촘히 쌓아올린 전탑의 높이는 16.13m로, 현존하는 전탑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균형 잡힌 탑신에서 세련미가 풍긴다. 몽골 침략 때 모든 전각이 불탔지만 전탑만은 오늘날까지 그 모습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고 한다.

온전히 보존된 전탑 하나만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송림사 여행은 충분하다. 전탑에서 발견된 사리 장엄구는 보물 제325호로 지정돼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사리 장업구 사진이 대구박물관 입장권 전면에 새겨지기도 했다. 1959년 이 탑을 해체 수리할 때 순금제 불감(佛龕) 및 옥과 금으로 된 보리수 형태의 공예품과 불사리 4과가 나왔다고 한다.

대웅전은 전탑 너머로 길게 드러누웠다. 중후한 멋을 풍긴다. 명부전은 다른 사찰의 것보다 규모가 크다. 정면 5칸 측 3칸 홑처마에 맞배지붕이다. 명부전의 벽면에는 오역(五逆)의 대죄를 범한 무리를 심판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대웅전에는 보물 제1605호인 목조 석가여래 삼존좌상이, 천불전에는 보물 제1606호인 석조 아미타여래 삼존좌상이 각각 봉안돼 있다. 대웅전의 편액은 숙종의 친필로 전해지고 있으며 대웅전 안에는 높이 3m의 불상이 있는데, 이 불상은 향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향나무로 만든 불상이 거의 없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절 주위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앞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밖에도 송림사에는 볼 것이 너무 많다. 모두 소중히 잘 보관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 것들이다.

다시 대구로 페달을 밟는다. 조상의 얼과 정신이 깃든 보물을 보고 나니 다리에 힘이 솟는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것을 찬찬히 열심히 보고나니 뭔가 공부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번 주말 보온병에 따뜻한 보리차나 커피를 준비해 송림사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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