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괄골요독'(刮骨療毒), 그리고 경북대

관우는 전투 중 적이 쏜 독화살에 팔을 맞아 부상을 입는다. 화타가 이 소식을 듣고 치료를 자청했는데, 부상의 정도가 중해 칼로 살을 찢고 뼈에 묻어 있는 독을 긁어내야 했다. 그 지독한 수술 내내 관우는 시종일관 안색도 변하지 않고 늠름한 모습으로 바둑을 뒀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 대목은 약간의 허구를 섞어 관우의 영웅적인 면모를 칭송하고 있다. 이 '뼈를 긁어 독을 치료하다' 에서 '괄골요독'(刮骨療毒)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경북대 총장직선제 이슈가 최근 한고비를 넘겼다.

경북대 교수회의 '총장 불신임 투표'가 낮은 투표율(41.3%)로 인해 이달 11일 투표함을 개봉도 못 해보고 불발됐다.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던 19대 교수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교수회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교수 총의(總意)'를 앞세워 대학본부의 일방적 행정을 비난했다. 작년 6월 교수 총투표에서 '총장직선제 존치'개선' 의견이 58%로 '직'간접선거 배제'보다 좀 더 많았다. 이 '58%의 총의'를 앞세워 교수회는 지난 2년간 대학본부와 폭주기관차처럼 마주 보고 달렸다.

총장 불신임 투표가 불발된 이유는 '더 큰 총의'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교수회가 부르짖은 총의엔 마땅히 있어야 할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없었다. 수십억의 정부재정지원 탈락까지 감수해가며 총장직선제를 고수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다는 교직원들이 많다. 경북대가 거점 국립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상을 갖기를 학부모들은 염원한다.

경북대 본부는 현재 총장선출규정(2'28 규정)을 손보겠다며 교수회에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격인 '총장임용후보자선정관리위원회' 위원 수와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 수를 늘려 객관성을 높이겠다 한다. 하지만 20대 교수회는 '본부의 일방적인 개선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교수회의 불신에는 경북대 본부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총장선출 규정의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경북대 차기총장 선거작업은 일정상 내년 5월 중순쯤에는 시작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경북대는 '상호 불신'과 '주인의식 없음'이라는 독(毒)을 치료해야 한다. 뼈를 긁어내는 아픔을 겪더라도 말이다. 그래야 대학 구조 개혁의 시대, 경북대 생존의 길이 열린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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