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영재성을 지닌 아이를 위한 길

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은 상주단체와 함께 꿈꾸는 미래영재음악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협연을 통해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음악회를 통해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의 음악적인 재능과 감수성을 가진 아이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어떻게 다듬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영재음악회 때 보면 항상 아이들의 부모가 따라오는데 난 부모들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아이가 연습을 즐길 수 있도록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는 부모가 있는 반면 아이의 연습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부모도 보게 된다. 정말 자기 아이가 영재라고 생각된다면 섣부른 과욕보다는 냉정함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기초가 탄탄하지 못한 재능은 언제든 쉽게 무너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이 때 반짝 하는 재능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발견되는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창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할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는 이 아이들이 자기의 재능을 높이고 아이의 재능에 맞는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훈련이고 아이가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이 빛을 발하려는 순간 언론에 노출된 한 영재는 자주 매스컴에 얼굴이 비쳤다. 그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지속적인 훈련 부족과 과도한 스케줄로 인해 예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고, 지금은 다시 처음부터 기초를 닦아가고 있다. 또 다른 아이도 잠재된 능력은 대단하였으나 기초를 닦아야 할 나이에 너무 빨리 유학길에 올라 그 나라 문화와 커리큘럼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하여 평범한 삶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얼마 전 우연히 한 TV프로그램에서 재능있는 아이들이 나와서 연주를 하는 모습을 시청한 적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연주 실력으로 대중을 압도하던 그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연예인들이 환호성에 박수를 치며 과도한 칭찬을 하는 모습에 아이가 자만심에 빠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 국민의 연예인화를 꿈꾸는 요즘 시대에 맞는 기획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참 기초를 갈고 닦아야 할 아이들을 굳이 신동이니 천재니 해서 불러내어야 하는 건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하였다.

지금 당장의 영재성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부모가 지속적인 냉정함을 가지고 한발 물러나 돕는 것이 그 아이가 앞으로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글로벌 일인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박병준<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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