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 앞 내다보는 '경북 건축기본계획' 윤곽

전통 건축문화 자산의 재해석…경북 정체성 '새 디자인' 입힌다

#영주시 문수면사무소 건물. 이곳 안팎에서는 요즘 망치 소리가 요란하다. 단순한 건물 증'개축 공사가 아니다.

이곳은 가을까지 진행되는 공사를 통해 건물의 단열 성능을 크게 키운 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그린 건물'로 다시 태어난다.

#고령 개실마을, 경주 수오재, 안동 하회마을, 오천 군자리, 수애당, 치암고택, 임청각, 옥연정사, 북촌댁, 영주 선비촌, 청송 송소고택…. 경북 관광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는 곳이다. 특히 안동의 경우, 국민 10명 중 1명이 찾고 있다는 공식통계까지 나왔다.

관광의 별을 만들고 있는 원동력은 새로운 건축 자산으로 올라선 '한옥'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지친 사람들이 한옥을 찾으면서 시골 마을 한옥은 귀하신 몸이 됐다.

경상북도가 '새로운 경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척 보면 알 만한' 경북 특유의 건축물을 만드는 한편, 도시경관도 경북 특유의 색깔을 드러내도록 꾸며보겠다는 계획을 경북대학교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세운 것이다. 경북의 품격과 정체성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문화자산을 만들어가게 될 '경북 건축기본계획'은 앞으로 10년 동안 멀리 보고 추진된다. 10년 뒤 경북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하마 건물'은 가라

우리나라 건물은 에너지 먹는 하마다. 우리나라 에너지의 30%가 건축물에서 소비되고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로서는 외화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에너지 절감'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녹색 건축'을 시작한다.

새로 짓는 건물에 대해 신축 기획단계에서부터 '녹색 건축'을 유도한다. 녹색을 가르치기 위해 녹색건축물 지원센터도 만든다.

영주 문수면사무소처럼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기존 건물도 손을 댄다. 일단 오래된 공공건축물 및 임대주택부터 고쳐볼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에너지 절감형 건물도 늘어나지만 침체된 건축 경기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실제로 녹색 건물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필수로 가고 있다. 현재 시범 시행되고 있는 '건축물 에너지 소비 증명제도'가 전면 확대되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앞으로 잘 팔리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500가구 이상 아파트, 3천㎡ 이상 업무시설 매매'임대거래를 할 때 에너지 소비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이다.

◆전통을 살려라

경북도는 문화재 천국이다. 경북도에 있는 문화재가 전국 문화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전국 최고다.

고택도 전국 비율 40%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원'향교 등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유교, 불교는 물론 가야문화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건축물이 경북도에 산재, 경북도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문화자산의 보고라 불린다.

경북도는 전통 건축물을 활용,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만들 방침이다.

경북도 내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지인 경주 한옥거리사업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관광특구 활성화 공모 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국비를 지원받고 있다. 신라시대 요석공주가 살던 왕궁에 자리 잡은 요석궁,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백성을 없게 하라'라는 가훈으로 유명한 만석꾼 경주 최씨 가문을 체험할 수 있는 교촌 전통한옥마을 체험 프로그램 등을 구축, 관광객들을 그러모은다는 것이 경북도의 계획이다.

대구시가 이미 성공을 거둔 '근대 건축물'과 관련, 경북도도 건축 자산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시작한다.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약 470m에 걸쳐 80여 채의 일본풍 건물이 남아 있다. 경북도는 보수가 필요한 28채의 외벽을 고쳤으며 도로도 디딤돌로 포장, 일본식 거리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도내 곳곳의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리모델링해 관광자원으로 바꾼다.

◆디자인 경북

디자인이 살아있는 경북을 만들기 위해 경북도는 공공건물부터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바꿀 방침이다.

지금까지 공공건물은 정부기관 및 지자체 '마음대로' 디자인돼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북도는 설계단계부터 주민들이 요구하는 디자인을 알아보고 결정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우수한 건축가들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표현될 수 있는 다양한 설계 발주 방식도 만들어볼 방침이다.

지난 1월 발족한 '건축문화 발전 토크'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건설 관련 유관기관 협의체와 현장 건축'도시분야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시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정책추진과정에서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낭비적 갈등 요소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같은 노력이 차츰 결실로 맺어지면 지역의 건축문화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디자인 경북을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통합형 도시경관 디자인'이다.

도심 한가운데 교차로에 서보면 우리나라에 참으로 기관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력, 경찰, 소방서, 구청, 국토교통부, 지하철공사, 행정안전부, 이동통신회사가 각각 관리하고 있는 구조물들이 네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때문에 흉물스러운 시설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북도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장소 단위의 총괄적 디자인 사업을 할 계획이다.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통합된 주체가 나서 도시 경관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선 도시 디자인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영주시 등 일부 시군에 만들어져 있는 전문 조직을 참고삼아 도내 전체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이재춘 건설도시방재국장은 "경북의 정체성을 담은 중장기 건축기본정책이 마련됨에 따라 경북다운 건축문화를 구체화해나가겠다"며 "정책의 최종 목표는 주민들이 좀 더 편하게 되는 것인 만큼 새로운 계획이 주민 친화적인 건축정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을 짜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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