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
회에다 물을 더했다. 누가 처음으로 만들어 낸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덮밥도 아니고 무침회도 아니다. 회를 물에 말아 놓은 어찌 보면 참으로 어정쩡한 콘셉트의 한 끼 식사이다. 봄에서부터 초여름까지 입맛 없는 요즘 점심의 메뉴로 딱 안성맞춤인 메뉴가 바로 물회이다. 물회 국물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하고, 국수사리를 말기도 한다.
물회 하면 포항이다. 포항식 물회는 고추장이 양념의 베이스이다. 그다지 새콤하지 않다. 막 썰어 놓은 막회와 고추장양념, 배채를 기본으로 하여 오이채, 당근채, 단파, 김가루 등 집집마다 조금 다른 야채 구성이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물을 보탠다. 포항의 죽도시장, 북부시장에서는 횟집이 아닌 일반식당의 메뉴판에도 어김없이 물회가 떡하니 있다.
새콤달콤한 슬러시형 물회 전용 국물이 등장했다. 새콤 달콤에다 매콤한 맛이 더해졌다. 포항식 물회에서 사용되는 묵직한 남성적인 맛의 고추장에 물을 말아놓은 물회의 국물보다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퓨전형이다. 집집마다 이 물회 국물의 비법을 보유하고 있다. 과일을 넣었다고 하기도 하고, 양파를 갈아 넣었다고도 한다. 일정 온도에서 숙성하는 비법이 있다고도 들었다. 물회에는 생선살이 하얀 도다리, 우럭, 광어, 농어 등이 주로 사용되며, 오징어나 한치 물회는 횟집 곁반찬으로 자주 등장한다. 멍게, 해삼 등 여러 가지 해산물이 들어간 물회도 있다. 물회 하면 또 제주도이다. 제주도에는 뼈째 썬 자리돔이 들어간 자리물회, 노란빛 바다향을 머금은 성게물회, 오징어보다 한 수 위 보들한 식감이 그만인 한치물회, 오독오독 씹는 식감이 재미난 뿔소라 물회를 손꼽을 수 있다.
어쨌든 포항과 인접한 대구에서는 오리지널 포항식 물회와 약간 변형된 슬러시 국물 버전, 이 두 가지의 맛을 취향껏 맛볼 수 있다.
새콤달콤한 슬러시 국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색할 수도 있고, 입맛 까칠한 정통 포항식 물회를 즐기는 미식가들이 좋아할 만한 물회는 어성촌식당(053-766-0086,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 199)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집의 물회는 도다리를 사용하고 있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고추장양념이다.
동대구세무서 뒤편에 위치한 포항물회식당(053-756-3187, 대구 동구 동부로30길 83-1)에서도 정통 포항식 물회를 맛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밑반찬 솜씨도 예사롭지 않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맛이다.
슬러시 스타일의 시원한 물회 국물의 진수는 수성구청 뒤편에 위치한 자연산 횟집인 정이품(053-763-6628, 대구 수성구 청솔로 68)과 서대구세무서 인근 궁중물회나라(053-626-3161, 대구 달서구 당산로38길 17)를 추천한다.
약전골목에 위치한 동아전복(053-255-1235, 대구 중구 중앙대로77길 56) 전복물회도 대구 미식가라면 한 번쯤 맛보았을 별미이다. 메뉴 이름이 전복회덮밥으로 되어 있는데, 포항식 물회 스타일이다. 배채와 오이채, 김가루, 그리고 포항식 고추장양념이 맛깔스럽게 담겨 나온다.
들안길에 위치한 일식당 민수사(053-768-2727, 대구 수성구 들안로 19) 물회도 별미다. 갖은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해산물 물회는 이곳 단골들 사이에만 알려진 메뉴이다. 포항 북부해수욕장에 있는 환여횟집의 물회도 이맘때쯤 한 번씩 생각난다.
전문양(푸드 블로그 '모모짱의 맛있는 하루'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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