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여는 효제상담뜨락]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은 자식인 동시에 남모르는 의존의 대상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아들도 어렸을 적엔 머루알 같은 눈동자로 오직 한 여자, 어머니만을 쳐다보며 세상을 배웠을 때가 있지 않았겠는가.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땅에 내려놓을 새 없이 오매불망 품 안에 넣어 온갖 재롱을 보이는 자식에게 흠뻑 빠져 일생을 바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심리적 '공존관계'를 형성한다. 필자는 이때의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때로는 빛과 그림자가 하나로 붙어다니는 회화적 이미지로 은유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악어와 악어새가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내어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설명하는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의 관계로도 비유해 본다. 악어는 악어새가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흔쾌히 허용하고 환영한다. 그가 곧 이빨에 걸려 있는 음식 찌꺼기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악어새 또한 그로 인해 먹이 걱정을 덜게 되는 순환적이고도 상호작용적인 유익을 주고받는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도 이와 닮았다. 필자가 만나는 어떤 어머니는 장성한 아들의 마음과 관심을 독점하는 데 실패한 후, 몹시 낙담하고 우울해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마치 마당비로 싹 쓸어간 듯 여겨지는 며느리가 내심 불편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한탄하듯 빼앗긴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주었죠. 아들은 제 헌신으로 자랐지만 지금 난 그 아이로부터 뒷전이 되었어요." 애틋한 모자 간의 사랑을 잊지 못해 호소하는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필자가 조용히 말했다. "맞아요. 당신은 아이에게 사랑을 먹이는 위대한 양육을 했죠. 그런데도 아이는 지금 당신을 분리하고 있네요. 왜냐하면 아이는 이미 예전에 당신에게 그 가슴 설레고 기쁜 경험을 할 수 있는 엄마의 자리를 주었으니까요."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리에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번쯤은 상대의 자리에서 자기를 바라다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시어머니의 자리에서 아들을 본다면 그는 나의 자식이며 나의 분신인 것이다. 그러나 며느리의 자리에서 그를 바라본다면 그는 나의 아들이기보다는 오직 며느리의 남편인 것을….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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