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배들 '밥팅'에 속앓이 대학 선배들

신입생에 술·밥 사는 관례…3월 점심 값 최대 60만원, 얻어 먹고는 나몰라라

지난달 중순 경북대학교 2학년 A(20) 씨는 학교 앞 맛집을 알아 뒀다며 밥을 사 달라는 신입생 B(19'여) 씨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당황했다. A씨의 학과는 3월에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주면 4월에는 후배가 '은혜를 갚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후배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던데다 가격도 1인분에 1만원꼴로 비싼 곳이라 A씨는 말문이 막혔다. 게다가 B씨는 "동기 3명과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다음 달이면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갚겠지' 하며 점심 약속을 잡았다.

대학 재학생들이 '허탈한' 4월을 보내고 있다. 4월은 '보은의 달'이라고 해서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3월 내내 술, 밥을 사주느라 주머니가 털린 2학년 이상 선배들이 1학년들에게 제대로 '대접' 받아야 하나 얻어먹고는 입을 닦는 후배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

대구교육대학교 13학번 정모(20'여) 씨는 "선배가 대접하는 '밥팅'을 두 번 이상 한 후배들은 보통 이에 보답하려 '역팅'을 신청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는 후배들 때문에 서먹서먹한 사이가 돼 버렸다"고 했다. 왜 '보은' 하지 않느냐 따져 묻지도 못하니 속만 아프다. 경북대 사범대학 졸업생 신모(26) 씨는 "후배에게 '밥 한 번 안 사주느냐'며 장난스레 말할 수는 있어도, 체면상 '왜 얻어먹기만 하고 입을 닦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3월 한 달 새내기들을 대접하느라 선배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일쑤. 3월 한 달 점심값만 1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든다. 그렇다 보니 주머니가 빈 4월은 힘들 수밖에 없다. 경북대 인문대학 13학번 이모(20) 씨는 "학생회 간부여서 신입생들 밥 사주려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며 "개강 후 보름쯤 지나니 동기 중에는 '보릿고개가 왔다'며 부모님께 다음 달 용돈을 당겨 받는 학우가 꽤 있었다"고 전했다.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12학번 강한나(20'여) 씨는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이 같은 문화의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다. 선배들은 부담을 느껴가면서까지 후배에게 무리하게 대접하지 않아야 하며, 학기 초 후배들에게 밥을 사 준 뒤에는 식사 자리의 의미를 설명해줘야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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