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세차량·로고송 없애자" 조용한 선거戰

칠곡군의원 석적읍 예비후보들 위반하면 후보직 사퇴도 결의

칠곡군의원 선거 라선거구(석적읍) 이상천
칠곡군의원 선거 라선거구(석적읍) 이상천'조기석'이길수'정용규'장해창(왼쪽부터) 예비후보들은 무개차와 로고송 없는 선거를 치르겠다고 결의하고 각각 결의서에 서명했다. 이영욱 기자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이번 지방선거 유세전은 유례없이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펼쳐질 전망이다. 선거운동용 유세차와 로고송을 없애기로 결의한 후보들도 있다.

칠곡군의원 선거 라선거구(석적읍) 새누리당 이상천'정용규 예비후보와 무소속 이길수'장해창'조기석 예비후보는 이달 2일 무개차와 로고송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결의 내용을 위반한 후보는 그 날짜로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내용까지 결의서에 담았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와 함께 3교대 근로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석적읍에는 구미공단에 근무하는 3교대 근로자가 많아 낮에 집에서 수면을 취하거나 쉬는 선거구민이 상당하다. 이들은 화물차를 선거유세용으로 사용할 경우 적재함에 고정물은 설치하지 않고, 적재함 위에는 정지 시 후보자 본인만 올라가 유세 등을 하자는데도 합의했다.

칠곡군의원 라선거구는 제4회 지방선거에서도 무개차와 로고송이 없는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무개차와 로고송이 없는 선거에 합의했다가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후보 한 명이 합의 내용을 어기면서 무산됐다.

구미4공단에서 3교대로 일하는 차모(39'석적읍 중리) 씨는 "8년 전 경험했던 조용하고 깨끗한 선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다른 지역에도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도 출마예정자들끼리 서로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요란한 선거 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차츰 확산하고 있다. 새누리당 예천군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벌써 새누리당 로고송이 제작돼 각 지구당으로 통보가 왔을 건데 이번 선거는 다르다. 선거용 무개차를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로고송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댄스강사로 활동하는 김모 씨는 "선거 한두 달 전 율동 제작 의뢰가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문의 전화조차 없다. 선거 운동원들의 율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선거구가 넓은 농촌지역의 선거 필수품인 유세차량과 로고송이 사라지면서 후보자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면서 유권자들과 대면 정치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영양군수 권영택 후보는 "넓은 지역을 누비려면 유세차량이 필수품이었고, 농촌 들녘에서 일하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알리는데 로고송이 꼭 필요했다"며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발품을 팔아서 유권자들과 일일이 대면하고 손을 잡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청송군수 윤경희 예비후보는 "유세차량과 로고송 등을 준비하지 않고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고, 한동수 예비후보는 "유세차량 등을 타고 선거운동을 다닐 계획이지만 로고송을 틀며 군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포항시장 이강덕 후보는 "로고송을 트는 등 시끄러운 분위기를 자제하고 유권자들에게 조용히 다가가는 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경북도의원 포항6선거구(연일'대송)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채옥주(69) 후보도 최대한 조용하게 유세전을 치르기로 했다.

경북도의원 경주1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배진석(41) 후보는 "조만간 중앙당에서 로고송 등을 금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전에 이미 율동과 로고송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다. 유세전도 요란한 음악 없이 출근길 아침인사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선거차량과 로고송을 준비한 후보들이 과연 '조용한 선거전'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조용한 선거라지만 새누리당이 공천을 주는 과정부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며 피해는 무소속 예비후보들이 다 받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수습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유세차량과 로고송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청송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영양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예천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칠곡 이영욱 기자 hell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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