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이 지역 미술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역 미술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를 많이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구미술관이 주최한 '시민과 함께하는 토론회'가 9일 오후 대구미술관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개관 3주년을 맞아 대구미술관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최근 대구미술관 운영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공개 해명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대구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듣는 동시에 최근 제기된 음해성 루머에 대한 입장을 밝혀 대구미술관이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미술관에서는 김 관장을 비롯해 안규식 학예실장, 김석모 전시팀장이, 패널로는 김옥렬 대구현대미술연구소 대표, 박남희 경북대 교수, 양준호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 김영동 미술평론가가 참석했다. 패널과 방청객이 질의를 하면 대구미술관 측에서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회는 4시간이나 이어졌다.
◆전문인력 양성 필요
김옥렬 대표는 대구미술관의 전문 인력 운영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했다. 김 대표는 "미술관의 전문인력은 큐레이터다. 큐레이터가 전문지식과 열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구뿐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 등의 공공미술관 큐레이터는 불안정한 신분과 역할로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미술관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대표는 "대구미술관은 개관 2년이 되는 해 내부 불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객원(초청)큐레이터제도를 도입했다. 객원큐레이터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미술관 인프라에 따라 큐레이터 역할과 고용 형태가 달라진다. 대구미술관의 경우 직원의 절반 이상이 계약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미술관 발전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 대구미술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지역 미술과 소통하기 위해 객원큐레이터제도는 필요하다. 앞으로 객원큐레이터제도를 더욱 확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성 담보할 수 있는 연구·기획전시 주문
박남희 교수는 연구기능 강화와 지역 미술작품 수집에 많은 관심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오랫동안 대구는 한강 이남 신미술의 중심지였다. 대구미술관이 대구미술의 역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이런 역사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미술관이 발행한 간행물을 보면 전시 리플릿과 도록 발간에 급급한 인상을 준다. 지역미술관은 지역 미술작품 수집이 기본이지만 대구미술관 소장 목록을 보면 이인성 작품은 1점에 불과하며 이쾌대 작품은 1점도 없다"고 꼬집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도 대구미술관의 연구기능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역 미술사와 화단에는 서둘러 연구해야 할 작가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대구미술관 전시 경향을 보면 대중적인 평판이나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실 있는 연구 사업에는 관심이나 비중을 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장기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성을 담보하는 전시를 많이 열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는 서동진, 박명조 같은 분의 업적부터 체계적으로 연구할 의향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관장은 "적은 예산으로 작품을 구입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해 놓았다. 대구를 대표하는 미술가들의 작품 수집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 또 부족한 인력을 쪼개 연구활동에 투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대답했다. 안 팀장은 보충 답변을 통해 "원로 작가들이 작고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자료 수집에 박차를 가하겠다. 미술관 문턱을 낮춰 사회적 역할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 미술과 소통 문제 제기
양준호 회장은 지역 미술과의 소통 문제를 제기했다. 양 회장은 "대구미술관이 지역 미술인에게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전시 기회를 제대로 제공했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지역 작가와의 소통은 대구문화를 살찌우는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과 소통에는 더 많고 정교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지역 미술가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앞으로 지역 미술단체와 연대해서 소통을 더 늘리겠다. 또 1년에 두세 번 토론회 등을 마련해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답했다.
최근 대구미술관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대구미술관의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도 제기됐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신모 씨는 "개관 3주년이 되었지만 자료집 하나 없다. 발제문도 급하게 복사해서 뒤늦게 배부했다. 토론회가 급조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실망스럽다. 좋은 전시를 열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고용불안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조동오 대구미술협회 사무국장은 대구미술관 운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소통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직원을 채용할 때 10분 면접 보고 2년 계약을 한다. 10분으로는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품성과 업무추진 능력 등을 지켜본 뒤 본계약을 한다. 우리도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부덕의 소치로 대구미술관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 같아 죄송하다. 하지만 관장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 그동안 의혹이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구미술관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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