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하게 듣는 클래식]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모차르트를 계속 들었어. 여기 가슴 속에 있지, 여기에도…. 그게 음악의 아름다움이야.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지. 음악을 느껴본 적 있어?" 영화 '쇼생크 탈출'(1994)에서 앤디가 독방에 갇혀 있다 나온 뒤 동료 죄수들에게 한 말이다. 독방에 갇힌 이유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피가로의 결혼'을 듣고 있으면 늘 '쇼생크 탈출'의 그 장면이 떠오른다.

아무런 희망과 자유도 없이, 세상과 격리된 교도소 그 삭막한 풍경 속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웠던 아리아.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는 피가로의 결혼 중 제3막에 나오는 이중창 아리아다. 음악의 힘은 음악이 없는 곳에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 그것을 누리고 사는 지금, 음악의 힘을 늘 잊고 지낸다. 희망과 자유를 다 잃었지만 음악만은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었다던 앤디를 생각하며 아리아를 들어본다.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세(1732~1799)의 희극을 원작으로 1786년에 작곡된 오페라다. 한 귀족의 저택에서 일어난 소동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피가로는 알마비바 백작의 하인으로 수잔나와 결혼할 사이였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수잔나를 마음에 들어 하던 백작이 수잔나를 넘본다. 영리한 수잔나는 백작부인과 함께 백작을 골탕먹이고 결국 피가로와 결혼하는 데 성공하며 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주인공 피가로와 수잔나는 비록 하인이지만 영리하고 기지가 넘친다. 상대가 백작임에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다. 여기에는 신랄한 사회풍자가 담겨 있어 프랑스 혁명을 목전에 둔 프랑스의 시민 정신과 맞물려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비판적 성격도 띠고 있지만 결국 중요한 키워드는 '사랑과 화해'다. 백작부인의 진실한 사랑과 백작의 진정한 참회가 마무리로 등장하며 곡 사이사이 등장인물의 인간미를 음악으로 표현해 내는 모차르트의 탁월한 재능이 돋보인다.

오늘은 칼 빔의 베를린 도이치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군돌라 야노비츠와 에디트 마티스, 헤르만 프라이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출연한 음반을 들어본다. 수잔나 역의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의 청순하면서도 밝고 명랑한 음성, 백작부인 역의 군돌라 야노비츠의 우아하고 품위있는 서정적인 가창, 백작을 맡은 피셔 디스카우의 뛰어난 뉘앙스 표현, 피가로 역의 헤르만 프라이의 풍부하고 따뜻한 음색은 등장인물의 개성을 잘 드러내 준다.

'쇼생크 탈출'에 등장한 이중창은 바람둥이 백작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백작부인과 시녀 수잔나의 노래로, 그 내용을 떠올리며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백작부인을 연모하는 어린 시종 케루비노가 부르는 '그대는 사랑의 괴로움을 아는가', 귀족적인 춤곡으로 백작의 어색한 상황을 비웃는 피가로가 부르는 '복수의 아리아' 등의 곡들도 주옥같다. 모차르트는 음악을 이용한 심리묘사에 뛰어나다. 백작이 의심과 불안함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빠른 곡조로 나타나고, 피가로가 발을 절름거리는 부분을 짧은 스타카토로 연출하는 상황은 희극적인 느낌도 준다. 실제 공연을 보며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감상하면 더 좋겠지만,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모차르트의 표현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동애(오디오 동호회 '하이파이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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