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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아, 깔레 시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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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어떠한 일에 앞장서려면 어떠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로댕(Rodin)이 만든 작품 가운데에 '깔레의 시민'이라는 작품이 있어. 이 작품도 매우 유명한데 그것은 이 작품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기 때문이야.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깔레'라는 작은 항구 도시가 있어.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때 깔레 사람들은 끝까지 영국에 저항하였으나 끝내 구원군이 오지 않아 1347년 마침내 항복하게 되었단다.

이때,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포고령을 내렸어.

"깔레 사람들이 오래 버티면서 영국군에게 입힌 손해가 매우 크다. 그 책임으로 여섯 명의 깔레 시민은 목에 밧줄을 매고 영국군 진영으로 걸어와 처형당하도록 하라!"

청천벽력과 같은 포고령이었어.

이에 깔레에서 제일 부자(富者)인 외스타슈드 생피에르가 선뜻 나섰어.

"시민들을 위해 내가 죽겠소."

그러자 시장(市長)인 장데르가 나섰고, 부자 상인인 피에르 드 위쌍도 나섰어.

"아버지가 나서는데 아들이 어찌 살기를 바라랴."

위쌍의 아들도 아버지의 숭고한 정신을 따르겠다며 나섰어. 그러자 이에 감격한 시민 세 명이 더 나서서 모두 일곱 명이나 되었어.

서로 죽으려 하는 사람이 일곱이나 되자, 제비뽑기 이야기가 나왔어.

그러자 외스타슈드가 제안했어.

"제비를 뽑으면 사람인 만큼 행운을 바라기 때문에 아름다운 뜻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처형장에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을 빼도록 합시다. 밤새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좋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여섯 명은 서둘러 처형장에 모였어.

그런데 외스타슈드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어.

"이상하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자기만 살아남으려고 그런 제안을 하였나?"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달려가 보았어.

"아!"

외스타슈드는 이미 유서를 남겨놓은 채 자살하여 시체로 변해있었어.

"처형을 자원한 일곱 명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순교자들의 훌륭한 뜻은 물론 시민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므로 내가 먼저 죽겠소. 먼저 하늘나라로 가서 그대들이 오기를 기다리겠소."

이에 영국에서도 크게 감동하여 깔레 시민의 처형을 멈추었어.

결국 외스타슈드 덕분에 죽으러 갔던 여섯 사람도 살아나게 되었지.

그 뒤, 외스타슈드와 여섯 사람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칭송되었고, 정부에서는 로댕에게 부탁하여 이들의 모습을 청동상으로 남기게 하였어.

지금도 이 조각품은 깔레 시청 현관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

그래, 밧줄을 목에 걸고 처형장으로 가고 있는 이 조각품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익을 위해 명예롭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지 않겠니?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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