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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종이는 완벽하기에 '극도 절제'…미니멀리즘 강윤정 개인전

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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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현하는 작가 강윤정 개인전이 다음 달 3일까지 갤러리청담 1전시실에서 열린다.

미니멀아트는 작가의 감정과 주관이 지배하는 추상표현주의에 반해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타난 미술경향이다. '최소한'이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minimal)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금욕적일 만큼 절제된 양식과 표현을 추구한다. 표현의 주관성을 억제하고 조각 혹은 회화임을 나타내는 요소만을 압축시켜 보여줌으로써 극도의 몰개성을 지향하는 것이 미니멀아트의 특징이다.

강 작가의 작업은 미니멀아트와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결과물은 미니멀아트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강 작가의 작품은 한지와 수묵에서 출발하는 동양화의 외연을 이어가면서 한편으로 일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 미니멀리즘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강 작가는 쌓아 올린 수천 장의 종이를 절단한 단면에 페인팅을 한 뒤 두께가 다른 종이를 하나씩 끼워넣는 방법을 통해 종이와 종이 사이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강 작가는 'Draw-Crevice'(틈을 그리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수많은 종이를 겹치고 칠하고 배열한 결과 발생하는 독특한 틈은 강 작가가 보여주려는 이미지다. 하지만 강 작가는 이미지 자체에 대한 해석은 남겨 둔 채 이미지를 드러내는 틈에 강한 의미를 부여한다. 강 작가는 "내 작업에서 보여지는 틈은 종이와 종이가 만들어내는 틈 사이로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이미지들을 은유하고 보게 만드는 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틈 이면에 있는 이미지들은 사이사이 끼워 넣은 종이로 인해 가려지고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착시를 불러 일으킨다. 각도를 달리함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는 존재와 부재의 순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말대로 틈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틈이 갖는 의미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종이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일 수 있고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기일 수도 있다. 또 종이의 두께 차이일 수도 있으며 틈을 재현하기 위해 종이를 쌓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강 작가가 은유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다. 수없이 겹쳐진 종이는 수많은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상징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얽혀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모두 크고 작은 틈이 존재한다. 틈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일견 부정적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암흑과도 같은 공간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 희망의 틈이 될 수도 있다. 054)371-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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