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三代)째 이어온 활 만드는 가업을 아들, 손자까지 대대손손 이어가고 싶습니다."
4년 전 예천으로 귀향해 우리 전통 활(국궁) 제작기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전수교육조교 김성락(45) 씨. 최근 김 씨는 8월 문경에서 열리는 경북도민체전 국궁 종목 참가 선수들의 활을 제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활을 구입한 선수들이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게 활을 수리해달라는 요청이 이달에만 벌써 10건이 넘었다.
김 씨는 "국궁은 양궁과 달리 활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활줄을 빼놓았다가, 사용할 때 다시 줄을 걸어야 하는 귀궁작업이 필요한데 일반인들에겐 무리가 따른다. 큰 시합을 앞두고 귀궁과 해궁 작업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많이 늘어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양궁과는 달리 복합궁인 전통활은 산뽕나무, 대나무, 참나무, 물소뿔, 소힘줄, 민어부레, 자작나무껍질 등 총 7개의 재료를 사용하며 제작기간은 5개월이나 소요된다.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풀이 잘 먹지 않아 나무를 다듬는 해궁작업을 주로 한다.
김 씨가 1년 동안 제작하는 전통활은 총 60~80장(張). 가격은 대한궁도협회가 정한 소비자가 60만원이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이마저도 없어 못 구할 정도로 전량 판매된다. 김 씨는 "전통활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무를 깎아 물소뿔을 끼우고 그 위에 접착력이 좋은 민어부레로 소힘줄을 여러 차례 붙여야 하는 등 300번 이상 손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궁도협회 공인을 받아 전통활을 판매하고 있는 전국의 궁장 12명 중 가장 젊은 김씨는 예천 출신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통활 제작기술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활을 팔러 경남 진해로 갔다가 정착한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을 진해에서 보낸 그는 2010년 5월 예천에 정착했다.
김 씨는 "당시 예천국궁전수관에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고향 예천에서 본격적으로 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귀향했다"며 "고향이라 그런지 마을 주민들이 반겨주고 군청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어린 시절 촉망받는 양궁선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경남 진해중 양궁부에 입단한 후 진해종합고등학교를 거쳐 경남대 사범대학 체육학과를 졸업, 1989년 올림픽제패기념 대학실업양궁대회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2개씩 따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어깨 부상으로 국가대표 선발에 밀려난 후 진해초등학교 교사 겸 양궁코치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1995년 아버지의 권유로 전통활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 예천국궁전수관 교육조교로 활동하며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자격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김 씨는 "국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적다 보니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도 찾기 힘들고, 궁시장 전수자들에게 지원되는 부분도 점점 줄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전통활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예천 활의 우수성을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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