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업서 오늘까지 초일류 기업 삼성家의 여정

삼성家 사람들 이야기/이채윤 지음/성인북스 펴냄

1938년 창업 후 줄곧 성공 가도를 달리며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역사와 오늘의 삼성을 만들어낸 삼성가(家)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의 출생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호암 이병철은 1938년 삼성상회를 설립한 이래 1987년까지 50년간 그룹을 경영하면서 삼성을 국내 최고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수십 개의 기업을 창업했지만 단 한 개의 부실기업도 만들어내지 않고 반석 위에 올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책은 '이병철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천재적인 혜안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이 시작한 사업에 일생을 걸 만큼 열정을 발휘했다. 1983년 74세의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산업에 사운을 건 투자를 결정했을 때, 한국이 세계 제일의 반도체 생산국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이병철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고, 이 혜안을 실천할 수 있는 열정과 집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책은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폐허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근인(根因)을 '기업가 정신'에서 찾는다. '기업가 정신'은 '도전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병철, 정주영 등 한국 1세대 기업가들이 가졌던 공통적인 정신이었다.

'삼성경영'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인재경영이다. '의심이 가는 사람을 고용하지 말라.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 그리고 일단 고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삼성의 '사람 쓰는 원칙'은 삼성상회의 출발과 함께 이병철 회장이 채택한 원칙이었으며 이후 삼성가 경영철학의 한 기둥이 되었다.

중국 속담에 '창업은 쉽고, 수성은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병철 회장이 삼성을 창업하고 국내 최고 기업으로 발전시켰다면, 후계자인 이건희 회장은 수성을 넘어 삼성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창업주가 사망하거나 사업에서 손을 떼고 15년이 지난 뒤에도 그 기업이 번창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수성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자면 경영자의 강력한 추진력, 겸손,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책은 창업주가 타계하고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삼성은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말한다. 이건희 시대 삼성은 반도체는 물론이고 LCD, 휴대전화,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삼성은 뛰어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많은 악재에 시달렸다. 2005년 'X파일 사건', 2007년 삼성의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오너일가 비자금과 불법로비 폭로, 이에 따른 삼성 특검법, 삼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 23개월간의 이건희 퇴진과 재판 등 홍역이 잇따랐다.

2010년 복귀한 이건희는 사상 최대의 실적 보고서 앞에서 오히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외쳤다. 구심점이 없어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삼성은 다시 공격경영에 나섰고, 실기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추월하는 괴력을 발휘했으며, 적수가 없어 보이던 노키아를 무너뜨렸다.

세계적으로 100년이 넘는 기업은 흔치 않다. 기업의 수명은 30년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어떤 기업이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머무는 기간은 불과 4.8년이라고 한다. 삼성은 2038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그때도 삼성은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를 이룩하자면 삼성이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이병철-이건희로 이어져 온 오너경영 체제를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갈 것인가. 이재용이 이병철, 이건희와 같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 아니면 전문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고 오너경영에서 벗어날 것인가. 책은 '이재용만큼 준비된 후계자도 없을 것이다. 수년간 훌륭한 경영자 수업을 받았고, 국제적으로 최고 경영자 과정으로 알려진 미국 GE그룹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최고경영자 양성과정도 밟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좋은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고 반드시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넘어야 할 산, 물리쳐야 할 도전은 세계 도처에, 그리고 삼성 내부에 편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오늘날 삼성을 만든 사람들과 삼성그룹이 걸어온 길을 통해, 삼성가(家)라는 명문재벌이 만들어져오는 여정을 찬찬히 들려준다.

816쪽, 2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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