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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어떤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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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1970~ )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 2010. 가을.문태준(1970~ )

모르긴 해도 한국인이라면 길을 가다가도 어머니 하고 속으로 불러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금세 눈물이 날 것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는 전통적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별나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총체적으로 가난한 나라였다. 그 가난 속에서 많은 수의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느라 어머니 스스로는 헐벗고 굶주렸다.

전통 사회에는 엄친자모(嚴親慈母)의 가정교육이 이루어졌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엄하게 훈육하시고 어머니는 사랑으로 감싸는 것이 우리 전통적 가정의 보편적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 될지언정 어머니만큼 자애롭지는 않았다. 고려가요 사모곡은 아버지의 사랑을 호미에 어머니의 사랑을 낫에 비유한 다음 '호미도 날이지마는 낫같이 들 리도 없습니다'라고 어머니의 사랑을 예찬하고 있다.

시인은 어머니의 '밥 먹자'라는 말씀에서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부드럽고 따듯한 김과 같은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린다.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법은 같지 않지만 자기희생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먹고 살 만한 지금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도 이러한가? 혹시 자신의 욕망을 자녀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자녀를 억압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 여기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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