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영남지역의 장래 항공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항공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이전 정부와는 달리 남부권 2천만 시도민의 염원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정부가 남부권 신공항을 순순히 건설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기대감이다. 정부가 영남권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빌미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략에 말리지 말자
영남권 5개 지자체는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남부권에 신공항 건설을 강력히 요구해왔으나 이명박정부는 영남권 지자체 간 과열 유치경쟁과 갈등을 빌미로 정밀한 수요조사를 거치지 않고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킨 바 있다.
이명박정부는 남부권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려는 영남권의 요구로 신공항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신공항 입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2곳을 검토했다. 타당성 조사에서 가덕도와 밀양은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각각 '0.70'과 '0.73'으로 '1'에 못 미치자 이명박정부는 2011년 경제성이 미흡하다며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이명박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실제로는 수도권 중심주의에 매몰된 결과였다. 정부 일각과 서울언론 등은 아시아의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을 더 키워야 하고, 수도권 경제력을 분산시키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앞세워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격렬히 반대했었다. 당시 서울에 본사를 둔 언론은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집요하게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반대했다. 이들 언론은 25일 정부의 발표가 있자 또다시 남부권 신공항 건설반대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의 절반, 경제력의 60%가 집중된 수도권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 및 교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한국의 수도권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돈, 사람,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블랙홀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고 그 대안은 신공항 건설을 통해 남부권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간 이해관계 지혜롭게 풀자
국토교통부는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에서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신공항의 입지, 규모, 경제성 등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전 타당성 조사에는 1년이 걸리며 이후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용역결과에 대해 부산 측과 대구'경북, 경남'울산 측은 아전인수식 해석과 전망을 곁들이며 기 싸움을 벌일 기세다. 후보지 중 한 곳인 경남 밀양을 놓고 대구경북과 부산시가 으르렁거리는 데 반해 경남도는 느긋한 입장을 드러내 대조를 이뤘다.
경남도는 향후 입지 타당성 조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라고 주문했지만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에는 신공항에 상응하는 국책사업을 부여해야 한다는 엉뚱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토부는 이날 신공항의 입지,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위해 5개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를 거쳐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착수할 계획이라며 공을 5개 시도에 넘겼다.
이에 대해 5개 시도는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지 타당성 조사를 촉구했지만 그 누구도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는 드러내지 않았다.
각자 다른 속내를 가진 5개 시도는 정부 일각과 수도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공항 건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결단과 합의가 따라야만 가능하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지난 정부처럼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지 않도록 영남권 5개 지자체가 수도권에는 공동으로 대응하고, 내부적으로는 국가 및 남부권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놓는다는 자세로 특정지역의 몽니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