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 표현 작가' 키토 켄고 두 달간 대구서 국내 첫 개인전

색색의 향연 "앗! 부분에 취해 전체를 놓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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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nsistent Surface'

미술계에서 21세기적 표현을 구현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키토 켄고의 국내 첫 개인전이 2일(화)부터 11월 1일(토)까지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키토 켄고의 작품은 화려한 색채와 유기체적인 형태, 그리고 팝 아트적 구성 요소를 두루 담고 있어 '바이오팝'으로 불린다. 바이오팝은 현대 도시의 세련됨과 하위문화적 정서가 혼재된 것이 특징으로 다양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어 21세기적 표현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토 켄고는 형형색색의 고무호스나 훌라후프를 연결해 우주를 연상시키는 판타지적 공간을 선보인다. 특히 수백 장의 스카프를 연결해 만든 설치작품 'Inconsi stent Surface'(모순된 표면)은 화려한 색깔의 거대한 천 조각이 선풍기의 바람을 타고 공중에 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어 출렁이는 거센 물결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벽면에 은색의 광택지를 부착해 출렁이는 움직임을 담아내도록 공간을 연출한다. 이처럼 키토 켄고는 훌라후프, 스카프, 파라솔, 실, 고무줄 등 현대 사회에서 대량 생산되는 평범한 소재를 접합시켜 소재가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전혀 다른 조형물과 공간성을 창조해 낸다.

키토 켄고의 작품 대부분은 회전하거나 둥근 조형을 기본으로 한다. 이것은 하나의 견고한 세계를 제시하기보다 오히려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포석이다. 키토 켄고는 이러한 의도를 나타내기 위해 소재들을 뒤얽히게 하거나 회전시킨다. 또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를 사용한다. 작가는 화려한 표면 속에 텅 비어 있는 실체를 나타내기 위해 의식적으로 인공 색채를 과도하게 사용한다. 이에 따라 일상적인 소재를 축적해 만든 키토 켄고의 설치작업에서는 일상적인 느낌은 사라지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규모 면에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키토 켄고의 작품은 때론 관람객에게 역설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스카프를 이용한 설치작품은 한눈에 보기에는 너무 크고 벽면에 부착된 은색 광택지로 인해 윤곽조차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작품 전체를 인식하기보다 작품의 부분에서 부분으로 시점을 이동시켜 갈 수밖에 없다. 한눈에 조망할 수 없을 만한 크기로 인해 관람객들의 시선이 방황하는 현상은 다른 설치작품에서도 흔히 보인다.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싶다"는 키토 켄고의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작품 의도를 명확히 읽을 수 있다. 관람객을 압도하는 웅장한 설치작품은 3차원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관람객들은 흔히 2차원적으로 인식한다. 키토 켄고의 작품은 본래의 의미와 컨텍스트를 잃고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화려함만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피상적인 소비사회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키토 켄고는 거대한 설치 작품뿐 아니라 10여 점의 페인팅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한편 일본 출신인 키토 켄고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7년 동경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같은 해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일본 현대미술의 미래를 대표하는 젊은 세대전'과 2011년 국립 신미술관이 기획한 '아티스트 파일-2011'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다.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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