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북도청 안동-예천 이전을 앞두고 경북도가 대구시와 협력의 강도를 한층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광역지자체가 이른바 '한 뿌리' 조례라는 것을 만들어 시도 간 협력사업을 이전보다 더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도청 이전과 더불어 사실상 '딴살림'을 차렸던 광주시와 전남도가 최근 '다시 뭉치자'며 '상생협력방안'을 내놓은 점도 자극제가 된 듯하다.
조례 이름에서부터 '대구경북은 한 뿌리이자 하나'라는 대전제를 제시하면서 이것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간 합의된 내용인 만큼 더욱 긴밀한 정책 공조를 해나갈 것이라는 각오이다. 따라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력사무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두고, 간부급 공무원을 파견해 협력 추진기구도 상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도민의 시선은 그리 마뜩잖다. "또 쇼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결과야 두고 볼 일이겠지만,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이 한울타리 안에 이웃해 있을 때도 잘 안되던 상생협력이 멀리 떨어져 나가는데 어찌 더 잘 될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대구경북이 한 뿌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시도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 대구와 경북이 자꾸만 딴살림이 된 것은 관료적 행정편의주의 때문이지, 시도민이 대구와 경북을 갈라 생각한 적은 없다. 지난 2006년에도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내걸고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조례'를 만들어 협력사업을 해왔으나 결국 흐지부지된 것도 그 방증이다.
지금까지의 대구경북 상생협력이 실효성 없는 정치적 수사(修辭)에 그쳤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상생하지 않고서는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시도민은 이번 조례 재개정 또한 선언적인 의미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 유치, 도청 이전터 개발, 세계 물포럼 개최,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등 당장 대구경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 뿌리인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이 더 이상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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