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24시 현장기록 112] 국민들이여, 112 골든타임을 사수하자

매년 말이 되면 그 해의 좋은 사건이건 나쁜 사건이건 불문하고 10대 사건을 선정한다. 아마 올해 10대 사건의 톱 뉴스는 세월호 사건이 될 것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은 내가 근무하는 경찰, 그중에서도 112상황실과 매우 밀접한 관계여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 많은 의미를 던져주었는데, 국민의 안전과 관련하여 소위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골든타임'의 사전적 의미는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 금쪽같은 시간(1∼2시간)을 지칭한다. 응급처치법에서 심폐소생술은 상황 발생 후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 내에 시행돼야 한다. 항공사의 경우 운명의 90초 룰이 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90초 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찰에서는 통상 112신고 후 5분 이내 도착을 기준으로 삼는다. '112는 국민의 생명벨' '1초라도 더 신속하게!'라는 말도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3분 빠르면 현장 검거, 3분 늦으면 수사본부 설치'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초동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건'사고가 몰려드는 오늘날 치안 환경 속에서 신속'정확한 초동조치는 사건 해결의 핵심열쇠라 할 것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건에 대한 대응은 112신고의 접수와 지령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12신고 골든타임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 112신고 전화를 받아보면 상당수 신고자들이 자신의 위치는 말하지 않고 '빨리요, 빨리 와 주세요!' 하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관이 출동하여 신속히 사건을 처리해주길 재촉한다. 그런데, 우리 경찰이 위치를 알아야 가서 사건 처리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신고자 위치를 물으면 그때 가서야 위치를 얘기해 준다. 어쩌면 이 정도는 우리 입장에서는 양반이다. 경찰관이 위치를 물을 때 경찰관이면 슈퍼맨인 양 알아서 찾아오라고 짜증을 낸다거나, 심지어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욕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지금은 다행히 위치정보법에 근거하여 요구조자는 본인의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휴대폰 위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등 현실에 맞게 법령이 바뀌었고 기술도 많이 발전하였다. 물론 법적으로 더 보완해야 할 부분도 아직 많고, 기술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어 더 발전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위치정보법이 개정되기 전 우리 선배들은 112신고 전화를 받고 업무 처리를 하느라 많은 애를 먹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112신고와 골든타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올바른 신고와 골든타임의 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북경찰만 하더라도 하루에 약 3천 건의 112신고 접수를 받는다. 강도나 납치 등 강력 사건은 보통 5건 이내다. 하지만 하루에도 폭력을 당하거나, 자살 기도나 위험에 처한 경우(예를들어 집 안에서 가스에 질식된 경우, 외진 곳에서 몸을 다친 경우 등)는 부지기수다. 폭력 상황은 범죄이므로 우리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여 폭력을 제지하고 피해자를 구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험에 처한 경우 일반적인 구조 기관은 소방이므로 119로 전화해야 하나, 국민들이 112로 전화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직원들이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은 '왜 국민들은 112와 119를 구분하지 못할까, 경찰이 꼭 출동할 사안인가, 구조 상황에도 소방보다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아닌가?'라고 넋두리도 하지만, 대부분 경찰관들은 '위험에 처한 경우도 혹 범죄에 기인할 수도 있고, 설령 범죄가 원인이 아니라도 경찰의 제일 임무가 국민의 생명 보호인데 출동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출동 지령하고 실제 출동하여 구조 행위를 한다.

아마 모든 경찰관들이 좀 피곤할 수는 있지만 국민을 구조하면서 보람을 느낄 것이며, 우리 상황실에도 종종 경찰관이 도와줘 고맙다는 전화가 와 그 나름 보람을 느끼고 피곤함도 사라진다. 범죄든 단순 구조 상황이든 정말 위급한 때에는 1, 2초 차이로 사람을 구하고 못 구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보았다. 허위 신고나 장난 신고의 처벌 여부를 떠나서 잘못된 출동으로 인한 그 경찰력은 정말 경찰의 도움이 간절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112신고 시 골든타임 내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경찰관,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다. "국민들이여, 골든타임을 사수하자!"

송청락 경북경찰청 112상황실 경정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