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크 트웨인은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화를 내면 어느 누구도 말리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분노가 끓어오르면 상대방을 맹렬히 비난하는 편지를 쓰곤 했는데 편지를 곧장 부치지는 않았다. 사흘간 서랍 속에 편지를 넣어두고는 그래도 분이 삭지 않을 경우 편지를 보냈다. 다행히 분이 사그라지면 편지를 구겨 휴지통에 버렸다.
'근심 있을 때 함부로 술 마시지 말고, 성났을 때는 편지를 쓰지 말라'(憂時勿縱酒 怒時勿作札)는 말이 있다. 청나라 후기의 문인 주석수의 '유몽속영'(幽夢續影)에 나오는 경구로 화가 났을 때의 말과 행동 때문에 체모를 잃기 쉽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다혈질임에도 끝까지 자제력을 잃지 않은 마크 트웨인의 일화는 감정조절의 중요성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책 속의 이런 '청언'(淸言)을 일상에서 따르기란 쉽지 않다. 화가 많고 분노조절장애마저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저께 야구장 입지 변경에 불만을 가진 창원시 시의원이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달걀을 던져 물의를 빚은 것도 말이나 행동이 더 앞선다는 점을 보여준 일이다. 진해가 지역구인 문제의 시의원은 "(진해에) 짓기로 결정된 야구장을 왜 빼앗느냐"며 계란을 날렸다. 시의회가 유감의 뜻을 밝히고 공식 사과했지만 당사자는 "시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네티즌들도 "차라리 보온병을 던지지 그랬냐"며 연평도 포격사건 때 보인 안 시장의 행동을 비꼬며 동조하는 분위기다.
분노와 조롱의 표시로 계란이나 오물 등을 던지는 행위는 한국 정치사에서도 그간 여러 번 있었다. 1966년 김두한 의원의 '국회 오물투척 사건'을 비롯해 1991년 대학생들로부터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은 정원식 총리 사태가 대표적이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회창 대선 후보도 계란에 맞았다. 이런 행위는 2011년 김선동 전 의원이 저지른 국회 최루탄 투척으로 절정을 이뤘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이라크 방문 때 이라크 방송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 했다.
분노의 계란이 속은 후련할지는 모르겠으나 옛 사람들 말대로 이미 체모를 잃은 뒤다. 말을 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감정은 잘 조절할 줄 알 때 빛이 난다고 했다. 차라리 물 한 잔 공손히 안 시장에게 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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