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과 홍콩의 여자 크리켓 예선 경기가 치러진 인천 서구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만난 주부 최모(37) 씨는 불만부터 쏟아냈다. 5세 아들에게 아시안게임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경기도 시흥에서 찾아왔는데, 경기장 주변에 안내 이정표가 없어 애를 먹었다는 하소연이었다. 최 씨는 "경기장을 찾지 못해 타고 온 차량도 근처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하고 걸어왔다"며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경기장 근처의 한 자원봉사자 역시 "비인기 종목에 대한 대회 조직위원회의 관심이 적은 탓인지 안내 현수막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수긍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으로 초반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잡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부실한 관리 책임을 질타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회 운영과 관련한 잡음은 개막 첫날부터 끊이지 않았다. 19일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주자 정보가 유출돼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대회 이틀째인 20일 밤에는 센서 오작동으로 성화가 12분간 꺼져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경기 도중 정전이 발생,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
21일에는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돼 폐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선수들은 경기 시간에 쫓겨 식사하지 못한 채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자원봉사자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이 부실해 자체적으로 새로 마련, 급식하고 있다.
이밖에 21일 계양체육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 남자 단체전 8강 한'일전에서는 주심, 선심, 통역 등 경기 운영요원 50여 명이 대기하는 좌석 티켓이 관객에게 판매돼 혼란이 빚어졌다.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경기가 진행된 박태환수영장에서는 경기가 끝난 뒤 일부 외신 기자들이 메인미디어센터로 가는 셔틀버스를 찾지 못해 발을 굴렀다. 22일에는 이곳 장애인 주차장이 VIP 주차장으로 전용돼 경기장을 찾은 장애인이 불편을 겪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근무 태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관람객이나 취재진의 간단한 도움 요청에도 전혀 대답을 못해 '로봇 같다'는 혹평을 듣는가 하면 선수 훈련에 지장을 주는 경우마저 있다. 야구대표팀의 류중일 감독은 21일 문학구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공인구를 함부로 들고와서 사인을 받으려 하자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조직위 차원에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22일 경기장에서 만난 한 체육계 인사는 "88올림픽을 치른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대회 운영은 왜 나아지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회 조직위와 인천시 등 관계 기관이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더 큰 불상사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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