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방송사의 해설위원으로 펜싱 중계를 하면서 어느 대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한국 펜싱의 전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호로 평가받기에 아시아 무대는 좁아 보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4일 현재 펜싱에 걸린 금메달 10개 중 8개를 석권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한국 펜싱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나름 정리하면 지도자들의 체계적인 지도, 국가대표 선수단의 노력, 기업의 재정적인 지원 등 3가지다. 현재 한국 펜싱은 스포츠 발전에 필수적인 3박자를 갖춰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첫 번째 요인은 우수한 지도자의 탄생이다. 한국 펜싱은 1980년대 초반 외국 코치를 초청하면서 유럽의 선진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수혜 대상이 1980~1986년 당시의 대학 선수들인데, 이들은 지금 중'고교, 대학 펜싱팀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한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 선수들을 잘 지도하면서 한국 펜싱의 수준은 급성장했다. 이들의 지도를 받은 펜싱 유망주들이 유소년, 청소년 세계펜싱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은 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가대표 코치와 선수들의 노력을 꼽을 수 있다. 펜싱은 다른 종목보다 훈련을 많이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선수와 지도자가 많은 훈련량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대한펜싱협회는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빛나는 성과(금 2, 은 1, 동메달 3개)를 냈다. 펜싱은 기본적으로 발을 움직이면서 경기하기에 체력이 중요하다.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력이 좋아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빠르다.
한국 펜싱의 발전을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은 경기 외적인 지원이다. 대한펜싱협회 회장을 맡은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오늘의 한국 펜싱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랭킹 포인트를 따는 대회에 보내주고, 전지훈련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준 덕분에 대표선수들의 경기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난다. 예상대로 많은 금메달을 따다 보니 모두가 밝은 모습이다. 우리끼리 경기 해서 승자는 패자를 격려하고,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흐뭇하다. 이미 여러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경험이 있기에 여유가 넘쳐 난다.
관중석에서도 열기가 넘쳐 흐른다.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은 국민이 펜싱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기에 힘이 절로 난다. 대한펜싱협회는 손길승 회장의 지시로 입장권을 구매, 전국의 펜싱 꿈나무에게 관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
고낙춘(대구대 펜싱팀 감독·MBC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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