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 출제 오류 깨끗이 인정하고 대책 세워야

서울고법이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출제 오류가 인정된다며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문이 애매하거나 불분명하더라도 정답을 선택하지 못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며 어정쩡하게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담지 못한 교과서를 내세워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 평가원과 수능을 관리하는 교육부는 이제라도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교과서를 근거로 '유럽 연합(EU)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정답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NAFTA의 시장 규모가 EU를 추월했다'는 사실이 수능 전 여러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평가원은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한 채 교과서를 근거로 문제를 출제했고, 결과적으로 신문을 통해 시대 흐름을 읽은 수험생만 피해를 덮어쓰게 됐다.

이번 판결은 일부 혼란이 예상되지만 교육적으로 당연한 판결이다. 고법은 "수능의 출제 범위가 교과서로 제한되는 것은 진실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명백히 틀린 지문을 옳다고 해 출제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선을 그었다. '정답으로 예정된 답안이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객관적 사실 즉 진실이 담긴 답안도 함께 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평가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평가원은 '교과서 내용과 다른 답을 인정한다면 수능제도에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박이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평가원은 수능 출제 시 교과서에 담긴 정보가 더 이상 진실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설령 이를 간과해 오류가 생겼다면 오류 발견 초기에 이를 인정하고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이제라도 출제 오류를 깨끗이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수험생과 피해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승산 없는 법적 다툼에 매달리기보다는 수능시험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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