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리다/ 토비 레스터 지음/ 오숙은 옮김/ 뿌리와 아파리 펴냄
1490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원과 정사각형 안에 남자가 팔다리를 뻗고 있는 유명한 그림,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그렸다. 오늘날 세계적인 도상이 된 이 그림은 커피잔에서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지만 그림의 제목과 사연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비트루비우스 인간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그림이 기원전 25년경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설명했던 인체 비례를 바탕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비트루비우스는 인체의 설계가 우주에 감춰진 기하학과 일치하며 원과 정사각형이 각각 신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그에게 인체란 축소된 세계였다. 다빈치는 소우주론으로 알려진 이 관념을 받아들였고, 거기에 영원히 기억에 남을 시각적 형태를 부여했다.
오늘날 비트루비우스 인간은 매우 유명하고 자주 복제되는 그림이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도 이 그림은 거의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1956년 영국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가 쓴 '누드: 이상적 형태 연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 책에 실려 있던 비트루비우스 인간도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대중문화의 생태계 속으로 들어간 이 그림은 걷잡을 수 없이 복제되기 시작했고 그 기세는 아직도 꺾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 그림이 갖는 대중적 힘의 상당 부분은 그림 속 남자의 얼굴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림 속 남자의 나이가 당시 다빈치의 나이와 비슷하며 외모 역시 동시대인들이 묘사한 다빈치의 외모와 일치하는 점 등을 들어 비트루비우스 인간이 다빈치의 자화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친다. 320쪽, 1만5천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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