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날 아침, 당뇨병을 앓고 있는 주부 박순영(가명'67) 씨는 산책을 나섰다가 큰 화를 당할 뻔했다. 운동 삼아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낀 것.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던 박 씨는 지나가던 등산객의 도움으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박 씨의 병명은 급성심근경색. 막힌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한 후에야 박 씨는 목숨을 건졌다.
일교차가 극심해지는 환절기에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오기 쉽다. 찬 기온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혈관이 수축돼 심장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식사 후 충분히 쉬지 않고 운동을 할 경우 급성 심장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진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연사의 원인
심장질환은 별다른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연사한 성인 10명 중 9명은 심장병 때문이다. 관상동맥질환으로 불리는 이 병은 심장에 혈액순환이 부족해지면서 발생하며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침 기온이 뚝 떨어지는 10월이 되면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갑자기 찬 공기를 맞으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 표면의 말초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공급이 줄게 된다. 심장은 떨어지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더 빠르게 운동하게 되고, 혈압이 오르면서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운동을 하거나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 다양한 증상의 심장질환이 나타난다. 증상이 몇 분간 짧게 발생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협심증과, 통증이 상당 시간 지속되며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 있는 급성심근경색증 등이다. 특히 가슴 왼쪽이나 중간이 통증이 오면서 목 주위나 왼쪽 팔 주위로 통증이 확산된다면 허혈성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으로 전해져야 하는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 등으로 좁아지면 필요한 만큼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심장근육에 혈액순환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끊기면 피가 돌지 않는 부위는 죽어버리게 된다. 협심증은 안정을 취하면 심장근육에 손상 없이 회복이 되지만 심근경색증은 심장 일부가 죽기 때문에 안정을 취하거나 약물을 투여해도 심장근육이 손상을 입는다.
주로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오면 가슴 중간이나 왼쪽이 짓누르는 듯 아프면서 숨을 쉬기 힘든 상태가 된다. 호흡곤란이나 식은땀이 흐르기도 하며 복통이나 구토,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찬바람 피하고 식사 후 충분히 쉬어야
혈압이 높거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환절기 옷차림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히 옷을 입고 머플러 등을 이용해 갑자기 찬바람을 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외 활동을 하기 전에는 준비 운동을 철저히 하고 서서히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평소와 비슷한 강도의 운동이라도 기온이 낮거나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는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식사 후에 바로 야외활동에 나서는 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식사 후에는 소화를 위해 심장이 장으로 혈류를 보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움직일 경우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심장 질환 증상이 있는 경우라도 심전도 소견이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새벽에 가슴 통증을 자주 느끼지만 심전도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통증이 나타날 때 심전도 검사를 하거나 24시간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과 식이요법은 심장의 기능을 되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는 산소를 많이 섭취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심장과 호흡기능을 높이면서도 혈압은 많이 높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엎드리기 등 고정된 자세의 근육 운동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운동은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시작 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어줘야 하고, 운동을 마친 후에도 5~10분간 마감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1주일에 3회 이상, 1회에 30∼60분 정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협심증이나 만성 심근경색증 환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운동을 정해야 한다.
식이요법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육류를 멀리하는 대신 신선한 채소나 과일, 잡곡, 현미, 콩류, 해조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치고, 간장'된장'고추장 등도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사탕과 꿀, 엿, 케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사이다 등 단당류는 피하고 외식을 할 때는 삼겹살이나 갈비살구이보다는 생선구이나 김밥, 초밥, 비빔밥 등을 선택하는 게 낫다. 흡연과 음주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남창욱 교수는 "적절한 운동이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식사 후 바로 운동하거나 이른 아침 찬 공기를 마시는 등의 행동은 급성 심장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남창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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