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고교 동아리 활동, 7개 대도시 중 꼴찌 수준
대구 수성구 한 고교 출신인 재수생 A군은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좌절을 맛본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 학교에서 수시모집 대비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생부 기록을 풍성하게 하고, 자기소개서에 쓸 내용도 필요해 동아리 활동, 독서 활동에 좀 더 신경을 쓰려고 했으나 학교에선 '그렇게 노는 시간(?)에 EBS 수능시험 교재나 한 번 더 보라'는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동갑내기 사촌의 사례와 비교해본 뒤 더욱 분통이 터졌다.
"대학이 저를 안 뽑아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촌은 진로와 관련된 학술 동아리 활동에다 취미, 독서 활동도 열심히 한 뒤 수시 지원 서류에 그 내용을 모두 녹여냈더군요. 학교가 너무 원망스럽고 학교 측의 말을 믿은 제가 한심했습니다. 요즘도 학교 분위기가 마찬가지라는데 안타깝습니다."
대구 고교의 동아리 활동 참여율과 학교당 동아리 수가 7개 대도시 가운데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회선 의원(새누리당)은 교육부로부터 받은 '고교 동아리 참여 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학입시가 정시보다 수시모집 위주로 흐르고 수시 중에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대구는 여전히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 의원은 자료 분석 결과를 2013년 시'도교육청별 고교생 동아리 참여율과 학교당 동아리 수로 나눠 발표했다.(표 참조) 7개 대도시만 비교했을 때 동아리 참여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과 울산(각 81%)이며, 서울(70%)이 뒤를 이었다. 대구는 54%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6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13년 7개 대도시의 학교당 동아리 수를 따졌을 때도 대구의 위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당 동아리 수는 서울이 36.85개로 가장 많았고 인천(34.19개), 광주(31.94개)가 뒤를 이었다. 대구는 23.45개로 7개 대도시 가운데 꼴찌였다. 역시 전국 평균(28.33개)에 뒤지는 수치다.
현재 정시 대비 수시모집 비율은 대략 4대 6.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시모집 중 서류평가와 면접 위주인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대입 지형도는 이처럼 변하고 있는데 대구의 상황은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바와 같으니 진학 실적이 좋을 리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성적을 바탕으로 한 '7개 대도시의 2014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 비율'에서 '교육도시'라는 대구는 5위에 그쳤다.
이를 두고 대구 교육계 한 인사는 교사, 학교, 대구시교육청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시 대비에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교육감이 외치는 꿈과 끼 발현, 행복교육과도 맞닿아 있는데 왜 대구시교육청이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교사와 학교는 잘 모른다는 두려움과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변할 생각이 별로 없고, 시교육청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니 학생들만 불쌍할 따름"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고교 동아리 활동은 대학입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생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양한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청이 동아리 활동 지원을 확대해 고교생들이 입시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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