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창한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중 이뤄야 할 최대 목표를 창조경제와 전반적인 사회 개혁에 두고 그 첫 단추로 강력한 공공기관 개혁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시행해 38곳을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했다. 방만 경영과 부채 감축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관장 해임과 임금 동결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30일, 이들 기관에 대한 중간 평가를 발표하면서 38곳 가운데 37곳의 개선작업이 끝났다며 단 한 건도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공공기관이 낸 부채 감축안에 따르면 18곳이 올해 24조 4천억 원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공공기관이 급하지 않은 투자나 과도한 사원복지 등 방만 경영으로 부채를 키웠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개혁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이다. 특히 17곳은 정부가 정한 시한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정부 스스로 개혁의지가 없음을 보였다.
공공기관 개혁은 정부가 칼을 빼들었을 때 하지 않으면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IMF 환란 이후 대다수 국민은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데도 세금으로 지탱하는 공공기관이 억대에 가까운 평균 연봉과 성과급 잔치로 흥청망청해 부채를 키운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개혁의 후퇴가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살리기와도 큰 연관성이 없다. 부채 감축의 뜻은 하지 않아도 될 투자를 하지 말라는 뜻이지 꼭 필요한 투자까지 막는 것은 아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공공기관 개혁을 미룬다면 결국 정부가 부실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또다시 더 큰 부실을 조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원칙을 세웠으면, 우직할 만큼 원칙대로 시행해야 정부를 신뢰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개혁을 늦추면 어떤 분야에서도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24조 원에 이르는 부채 감축 계획이 나왔다면, 오히려 현재의 부채 내용을 정밀 점검해 그동안의 부실에 따른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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