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참여마당] 시1-지뢰를 밟은 듯

이지희(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발을 옮기는 순간 터져 버릴 폭발이 두렵다

이야기 나누던 이, 떠난 그곳에서

지뢰를 밟은 듯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떨고 있는 다리

점점 땅속으로 파고들어

두려움의 무게 발바닥 누르고

차라리 공기방울처럼 날 수 있기를 생각한다

한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들었던 목소리

떠난 그곳에서

수없이 말하던 사랑 건조해져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발을 옮긴다

터져버린 지뢰

그 파편 다 맞은 난,

회생 잃은 중병의 환자처럼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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