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쟁이 3년 만에 재연됐다. 지난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야당인 민주당의 대표 공약인 무상급식에 대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해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논란을 일으켰다.
3년 뒤인 2014년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무상복지 논란은 여권의 '무상보육'과 야권의 '무상급식'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 논란은 정치권을 넘어 보수와 진보 진영의 혈투로 번지는 등 싸움터가 확대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무상복지 논쟁에 대한민국이 양쪽으로 갈가리 찢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정치권이 씨 뿌린 무상 논쟁
무상복지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야권 후보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줬다. 당시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민주당은 이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저항했지만, 국민들은 '보편적 복지론'을 내세운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여권은 2011년 승부수를 걸었다. 당시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서울시장직을 건 채 주민투표에 부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개표 요건인 33.3%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5.7%의 투표율 탓에 투표함은 열리지도 못했고, 오 시장은 이틀 만에 야인(野人) 신세가 됐다.
무상급식으로 2010년 지방선거 참패를 맛본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의 전가의 보도 격인 무상복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0~5세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하면서 결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당시 박 대통령은 현재 논의는 되지 않고 있지만 고교 무상교육 공약까지 내놨을 정도다. 한마디로 무상복지는 여야가 모든 선거의 승리 특효약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묻지마식 복지 논쟁
새누리당은 연일 '무상급식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재벌 손자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현 제도는 오히려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작 주민을 위한 시급한 투자마저 가로막을 정도로 지방재정을 피폐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결국 무상복지 제도에선 지방재정의 악화를 막을 수 없고, 제도적 모순이 드러난 만큼 국민적 재논의가 절실하다. 합리적 복지제도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재개할 때"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상복지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무상보육이 최고의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 제일 시급한 문제가 저출산이다. 처음에 야당에서 무상급식을 들고 나왔을 때 당시 한나라당이 무능해서 무상급식보다 무상보육이 더 우선이라는 이야기를 아무도 못 내놨다. 무상급식은 저 다음 단계"라고 못박았다.
김 대표는 이어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사업이기 때문에 단체장이 못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국세의 20.27%가 교육교부금으로 딱 배정된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세수는 떨어지는데 (중앙정부에) 더 내놓으라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급식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며,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반격에 나섰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누리과정과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도 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키겠지만 문제가 되는 사업비 5조원은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 원내대표가 삭감 대상으로 지목한 대상은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사업 ▷유전 사업 출자 및 에너지자원 개발 ▷4대강 홍보 사업비 및 유지 보수비 등으로 대표적인 박근혜표 예산들이다.
정치권의 복지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질 해결은 등한시한 채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서만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 모두 보편적 복지일 뿐인데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생결단식 논쟁을 펼치는 것은 한심해 보인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복지 재원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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