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검찰의 수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물론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도덕성에 대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함께 수사를 받았던 한 모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모종의 제의를 통해 거짓 자백을 유도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앞서 최 경위는 문건유출 혐의로 검찰이 그에게 청구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에게 선처 얘기를 했다고 한 경위가 알려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그런 제안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까지 거짓을 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진실의 무게 추가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짐작할 수 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청와대와 짜맞춘 각본에 따라 이뤄지고 있거나 더 나아가서는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의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유출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문건 내용을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로 규정했을 때부터 나왔다. 그리고 청와대가 문건 작성 및 유출 행위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 비서관과 박 경정 등 '7인회'가 주도했다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한 것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정황들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이 믿지 못하는 사태를 예고한다. 이는 검찰은 물론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도 큰 불행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정당성은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를 상실하는 순간 권력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식물인간 상태로 전락한다.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는 그런 '식물정권'이 되느냐 여부를 결판 짓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만에 하나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하고 있다면 당장에 그만두는 것이 좋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특검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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