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올해 7월부터 이달까지 23편에 걸쳐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 '행복한 교통문화'를 누릴 수 있게 대구경북의 교통문제를 조명했다.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방향지시등으로 알리지 않고 좌'우회전하는 등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운전자를 꼬집었고, 교통 약자인 어린이와 노인,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렸다. 그리고 이들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봤다. 이제 대구경북민들이 "교통안전을 지키겠다"며 나섰다. 이들의 각오와 바람을 들어봤다.
◆"엄마 아빠, 안전운전해 주세요"
대구 북구 관음동 예랑유치원 어린이들은 이달 17일 오전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교통랜드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받았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좋겠다"며 스스로 교통질서를 잘 지킬 것을 약속했다.
정세한(7) 군은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데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무서웠다"며 "엄마가 놀라 브레이크를 밟자 내 몸이 앞으로 휘청거리며 머리와 무릎이 앞좌석에 부딪쳤다"고 했다. 우효은(7) 양은 "녹색불이 들어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자동차 한 대가 신호를 어기고 바로 앞까지 달려와 깜작 놀랐다"며 "녹색불에 길을 건널 때도 주위를 잘 보고 다녀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뒤 이주찬(7) 군은 "인도가 아닌 도로를 걷거나 신호를 어기고 길을 건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됐다"며 "모두 질서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통 약자 보호 부탁하오"
같은 날 오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수성구 만촌동 대구중앙초교에서 '교통 지킴이'로 나섰다. 수성시니어클럽 소속의 이들은 교통 약자에 대한 보호가 사고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용락(72) 씨는 "운전자들은 어린이와 노인보호구역에서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데다 불법주차를 해 길 건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기 일쑤다"고 지적했다. 박노태(80) 씨는 "노인은 귀가 어두워 차가 오는 소리를 잘 못 듣고, 겨울이면 동작도 둔해져 길을 건널 때 위험하다. 운전자가 이를 참작해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며 "노인들도 무단횡단하는 일을 자제해야 사고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구(76) 씨는 "나 스스로 교통 약자이면서 또 다른 교통 약자인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을 하는 게 보람 있다"며 "서로 양보하면서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면 사고 없는 도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 배려는 교통문화의 척도"
"장애인 교통권 보장 수준은 도시 전체의 교통문화 수준을 말해줍니다."
박명애(59)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는 "장애인에게 교통은 생존수단과 같지만, 장애인을 배려하는 교통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나드리콜의 경우 지체장애인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차 효율성을 높이고, 불친절한 운전자에 대해 친절교육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호(31) 씨는 "시는 운영 목표(453대)보다 턱없이 부족(현재 201대)한 저상버스 대수를 더 늘리고 휠체어로 이용하기 편하게 버스승강장 접근성을 높여 교통 약자인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종(26) 씨는 "대형마트처럼 도시철도에도 무빙워크가 있으면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지면 차를 두고 다니는 시민이 늘어 차량 정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중교통 이용으로 도로 혼잡 줄이기"
대구백화점 직원들은 대중교통 이용과 안전운전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한마음콜택시와 연계하고, 1주일에 하루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준혁(35) 홍보팀 대리는 "많은 직원이 대중교통 이용에 동참한 덕에 손님이 쓸 수 있는 백화점 주차공간이 늘었고, 도심 교통량을 줄이는 데도 한몫 거들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게 캠페인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안전운전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박성철(49) 사회공헌팀 법무담당은 "운전할 때 한눈팔거나 과속하지 않는 습관을 들인 덕에 20년 넘도록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적이 없다"며 "나와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안전운전을 내년에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고속도로 위의 안전지킴이"
경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김경희(47)'주재홍(46) 경위, 박승혁(42) 경사는 고속의 차들 사이를 누비는 '안전지킴이'다. 고속도로에선 안전거리 미확보와 졸음 등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김 경위는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음주운전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동이다"며 "고속도로에 음주운전자가 얼씬도 하지 못하게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집중 단속하겠다"고 했다. 주 경위는 "짐을 지나치게 많이 실은 화물차도 고속도로 안전을 위협한다"며 "적재량을 초과하거나 불량으로 짐을 실은 차들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를 부탁한다"고 했다. 박 경사는 "운전자 스스로 앞차와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과속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해 졸음운전을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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