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사라고 신분을 속이는 등 상습적인 거짓말로 다수 피해자로부터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사기범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38)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 씨는 2011년 1월 재력가의 딸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에도 의사 행세를 하며 고급 수입차를 사는 등 사치스럽게 살았다. 박 씨는 자신이 돈 많고 유능한 의사인 줄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썼다. 시누이, 가사도우미, 경비원, 수입차 판매원 등이 줄줄이 속아 넘어갔다.
박 씨의 거짓말은 변화무쌍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척했다가 삼성병원 소아과 의사라고도 했다. 동생이 금융감독원에 다닌다거나 남편이 재벌가 3세의 친척이라고 떠버리기도 했다.
박 씨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갓난 딸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다. 남편은 그제야 박 씨의 정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소설 '화차'의 여주인공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화차'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약혼녀의 행방을 쫓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피해자에게 고소를 당해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된 박 씨는 재판 중에도 사기 범행을 계속 저지른 끝에 구속됐다. 병원에서 육아 휴직했다며 미국 채권 운운하는 박 씨에게 또 여러 사람이 속았다. 피해자 중에는 박 씨가 의사라는 말에 혹해 위암에 걸려 받은 보험금을 넘기고 충격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만 8명, 사기 금액은 9억1천320만원에 달했다.
박 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박진수 판사는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었던 점, 스스로 반성하는 점, 어린 아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치소에서 딸과 같이 생활하는 박 씨는 구속된 후 반성문을 여섯 차례나 냈으나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잠든 딸을 데리고 법정에 나온 박 씨는 판사가 주문을 읽자 담담한 표정으로 딸을 꼭 껴안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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